‘2030 소비층’ 늘어… 백화점 명품매출 7개월 연속 20% 안팎 증가
2월 이른바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입사한 경모(26) 씨는 또래 남성들보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는 평소 100만∼120만 원가량의 ‘타임옴므’ 남성정장을 즐겨 입는다. 또 1년에 한두 차례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아케이드의 정장 전문점에서 옷을 맞춘다. 연봉이 대기업 과장급인 그는 최근 사업을 하는 부모 도움을 받아 아우디A4를 샀다.
○ 지갑을 여는 ‘20, 30대 명품족’
올해 들어 소비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유통업 매출이 대형 마트와 백화점 간에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백화점은 6.5% 증가했다.
특히 백화점 명품 매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전년 동기 대비 10%대 후반∼20%대 중반을 오가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백화점 매출을 이끌고 있다. 불황에 강한 대형마트가 선전(善戰)하는 반면 백화점 경기는 주춤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불황 속 명품 호황 현상을 20대와 30대 젊은 소비자의 씀씀이와 연결짓고 있다. 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50대 중장년 소비자에 비해 낮지만 매출 성장세는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다.
명품군 가운데서도 신발, 가방, 선글라스, 시계 등 20, 30대가 선호하는 잡화류의 매출 신장률은 60%에 달한다. 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명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제품군이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이승민 매니저는 “명품은 평일에 고객이 많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주말에 20, 30대 젊은 여성들의 명품 브랜드 신발 구입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라”
미국의 시장조사전문기관인 유니티마케팅사(社)는 1970년 이후 태어난 40세 이하의 부유층을 ‘원트 잇 올(want-it-all·모든 것을 원하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이들의 명품에 대한 소비 욕구는 이전 세대보다 30%가량 높아 자신의 경제력을 넘어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명품 비중이 높은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1∼4월 20대 고객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고 이들이 구입한 금액도 70% 증가했다.
이 백화점 VIP 고객 가운데 20, 3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에서 4%포인트 늘어난 10%를 차지한다.
한양대 예종석(경영학) 교수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명품 가방을 든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과거에 접하기 힘들었던 명품 매장들이 늘면서 명품 구매가 젊은 층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명품업계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설 때 명품 소비가 전 연령대에 일상화된다고 본다. 마스터카드는 2016년 한국 젊은 부유층의 명품 소비규모가 80억 달러(약 8조35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 브랜드들도 지갑이 두둑한 20, 30대를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말 수도권 이남 지역으로는 최초로 경기 용인 수지 신세계 죽전점에 매장을 열었다. 티파니, 반클리프 아르펠, 까르띠에 등 세계 유수의 명품 보석업체들은 최근 잇달아 국내에서 보석 전시회를 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명품 판매 호황이 앞으로 다른 분야 소비 확산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