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이클론 최대피해 이라와디서 현지언론인 4信
미얀마 현지 언론인 타우캰(가명) 씨가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최대 피해지역인 이라와디 삼각주의 차웅기 마을을 취재한 내용을 20일 전해왔다. 바다에서 가까운 이곳은 조수가 밀려들어 30여 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실종되는 등 마을 전체가 큰 피해를 봤다.
타우캰 씨는 차웅기 마을이 재난을 당한 지 20여 일이 다 되도록 주민들이 구호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미얀마 군사정부가 제공한 쌀은 개나 돼지 먹이로도 못 쓸 정도로 썩어 모두 버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생존자들은 마을을 덮친 6m에 달하는 파도에 대부분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 대부분은 경작에 필요한 소 200여 마리와 농기구도 물살에 잃어 살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타우캰 씨는 이재민들이 미얀마 군부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포기하고 유엔의 식료품 공중 투하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클론도 못꺾은 군정 콧대
국제사회 원조 입맛대로 수용 기세등등
미얀마 군정은 최근 피해 지역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조사단과 의료진의 활동을 허용하기로 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문을 수락하는 등 누그러진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구호만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AP통신은 20일 “미얀마의 실권자인 탄 슈웨 장군은 반 총장과의 통화를 거부하고 반 총장의 서신에 답을 보내지도 않았다”며 “여전히 대부분의 외국 구호 인력이 피해 지역의 접근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국제사회가 원조를 제공하려면 미얀마 군정이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방의 ‘순종적인’ 태도는 다른 독재 국가들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