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미군 태평양사령부 예하에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라는 특수부대가 있다. 2003년 10월 역시 하와이에 있는 히컴공군기지 내에 창설됐다.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베트남전, 걸프전 등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찾는 것이 임무다. 15개 발굴팀에 4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미군 유해가 있을 만한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를 모토로 삼고 있다.
▷미군은 JPAC가 발족하기 30년 전인 1973년부터 이미 유해 발굴 작업을 해왔다. 1996년에는 북한에도 들어갔다. 1951년 1·4후퇴 직전 중공군과의 격전지였던 함남 개마고원의 장진호(湖) 주변 발굴이 대표적이다. 북한군과의 합동작업이었다. 일부 북한 군인은 청바지 차림에 나이키 모자를 쓴 모습으로 목격되기도 했다. 미군은 2005년 5월 작업을 중단할 때까지 220구쯤 발굴했다. 그 대가로 북은 연평균 200만 달러(약 20억 원)를 챙겼다. 핵문제로 대립하던 시절 미북의 막후(幕後) 모습이었다.
▷JPAC 요원들이 이번에는 서울 한강의 밤섬∼당산철교 주변에 나타났다. 그제 고무보트를 탄 수중탐사팀이 수심 8m 밑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및 서울수복 당시 추락한 F-7F 전투기의 조종사 유해를 찾겠다고 한강 바닥을 뒤진 것이다. 58년 전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들은 진지했다. 수중음파탐지기(SONAR)와 금속탐지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동원해 30일까지 한강 탐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6·25전쟁 이후 한강은 수차례의 대홍수와 1982∼86년 종합개발사업 및 준설작업 등으로 많이 변했다. 이 때문에 미군 유해 찾기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의 유해를 반드시 찾아내 본국의 국립묘지에 자랑스럽게 안장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장병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헌신과 애국심을 요구할 수 있는 미국의 힘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