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질 30개 회수… 서구학자들 “방사능 누출 의혹”
중국 쓰촨(四川) 성 대지진 후 대부분의 여진(餘震)은 진앙 원촨(汶川) 현과 베이촨(北川) 현 등을 지나는 ‘룽먼(龍門) 산 단열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국무원은 이날 사망자는 전날보다 278명 늘어난 4만1353명, 부상자와 실종자는 약간 줄어 각각 24만4683명과 3만2666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마(魔)의 룽먼산 단열대 300km=쓰촨 성 지진국예보연구소 청팡정(程方正) 소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12일 이후 여진은 모두 7000여 차례 발생했으며 앞으로도 리히터 규모 6, 7의 여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시기와 장소 등을 예측하기 위해 과학적인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여진은 원촨 현∼마오(茂) 현∼베이촨 현∼핑우(平武) 현∼칭촨(靑川) 현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좁은 폭의 룽먼산 단열대 300km 구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신화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베이징칭녠(北京靑年)보에 따르면 룽먼산 단열대는 크게 원촨 현∼마오 현 단열, 베이촨 현∼잉슈(映秀) 진 단열, 안(安) 현∼관(灌) 현 단열 등 세 갈래의 단열층으로 구성돼 있다. 인도판이 연간 50mm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밀고 오면서 칭짱(靑藏) 고원을 위로 밀어 올리고 이 같은 지각 변동이 룽먼산 단열대를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국 지진국과 쓰촨 성 정부는 “‘지진이 천년고도 시안(西安)으로 간다’거나 ‘인구 약 1000만 명의 청두(成都) 시가 위험하다’ 등의 소문이 있으나 이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고 해명했다.
▽지도에서 사라질 베이촨=쓰촨 성 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본 베이촨 현 사무소 소재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 룽먼 산 단열대의 중심에 위치한 베이촨 현에서는 86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000여 명이 사망하고 건물과 가옥의 90% 이상이 붕괴된 인구 2만2000여 명의 현 사무소 소재지는 도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중국중앙(CC)TV는 21일 이곳 베이촨 현 사무소 소재지 내 임시 천막에서 생활하는 주민을 모두 소개(疏開)해 텅 빈 도시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곳에 대한 구조 복구 작업도 전면 중단됐다. 이날만 1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하고 리히터 규모 6∼7의 여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질학자들은 베이촨 현 사무소의 새로운 소재지가 지진 단열대의 남쪽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궈화(奚國華) 공업정보화부 부부장도 “지진 단열대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능 누출 우려”=쓰촨 성 내의 핵시설 안전 문제에 이어 방사능 누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20일 쓰촨 성 내 방사능 물질 32개가 이번 지진으로 잔해 더미에 묻혔으나 이 중 30개를 안전하게 회수하고 나머지 2개는 밀봉조치를 해 곧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로 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핵 관련 시설이 지진의 피해를 보지 않았으며 핵 물질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고 거듭 확인했으나 서구 학자들은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 과학자협회의 핵무기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슨 박사는 AP통신에 “매몰됐던 방사능 물질들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방사능 누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핵 시설들이 강진을 피해갔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를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