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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햇살강해 체리 풍년예감… 수익성 높은 효자나무”

입력 | 2008-05-22 06:52:00


“30여 년간 체리(양앵두) 농사를 지어 오며 딸, 아들 대학도 보내고 출가도 시키고 했죠. 복숭아도 같이 재배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체리 쪽이 벌이가 더 좋아요.”

20일 오후 3시 대구 동구 둔산동 야산.

잘 익은 체리를 따다 잠시 일손을 멈춘 농민 정오근(55) 씨는 “올해는 일조량이 많아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해발 350m가량인 이 일대 야산 13ha에 널려 있는 체리나무마다 검붉게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높이 3∼5m인 나무마다 인부들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체리를 따느라 손을 바쁘게 놀렸다. 이곳에서 수확한 체리는 18일 올해 처음으로 출하됐다.

이날 하루에만 100kg가량의 체리가 모두 서울의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등으로 팔려갔다.

가격은 400g당 5000∼7000원으로 다른 과일에 비해 약간 비싼 편.

하지만 미국산 수입 체리에 비해서는 30∼40% 저렴하다.

둔산동 일대는 국내 체리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산지. 이곳 체리는 연근, 깻잎과 함께 대구에서 생산되는 ‘3대 특산물’로 꼽힌다.

이곳에는 30여 농가가 연간 50∼60t의 체리를 생산하는데 체리 단일품목에서만 가구당 연간 2000만∼3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체리는 단위면적(1000m²)당 수익이 290만 원으로 같은 면적의 벼농사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편이다.

또 열매를 맺고 수확하는 시기도 20여 일로 짧아 병충해가 거의 없어서 농약살포 등의 관리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복숭아, 매실, 살구 재배 등을 겸하고 있는 이곳 농민들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체리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 일대에서 체리가 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로 대구에 살던 일본인들이 체리나무를 보급하면서부터.

매년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수확하는 체리는 새콤달콤한 맛이 뛰어나고 과일로는 드물게 단백질은 물론 항산화물질과 항암성분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이 부족해 소비량의 대부분이 수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소득 작물로 꼽히는 체리 재배가 늘면 상당한 수입대체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농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편이다.

국내 체리나무는 대부분 야산에서 자라고 있어 대량 재배가 쉽지 않고 수확 때 작업도 까다로워 인부를 동원하기 어렵기 때문.

또 체리나무는 물기가 많은 토양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탓에 평지 재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대구시농업기술센터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지난해 체리 묘목 100여 그루를 평지에 심어 시험 재배 중이다. 결과는 2년 후에 나올 예정.

대구시는 체리나무 시험 재배가 성공하면 농가 보급을 늘릴 방침이다.

대구시농업기술센터 서정선 원예작물담당은 “체리 재배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저온창고를 지어 주는 등 기술 지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잼과 와인 등 브랜드 상품 개발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