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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섬? 윈윈? ‘패’ 안에 ‘답’ 있다

입력 | 2008-05-22 09:16:00


프로리그의 협상전술 ‘게임 이론’(theory of game)

모든 비즈니스가 협상과 타협의 연속이듯 프로리그 비즈니스에도 중요한 협상들이 참 많다. 방송중계권 계약, 스폰서십 계약, 신인 입단계약, 기존선수 연봉재계약, 트레이드 등이 연맹과 구단이 벌이는 대표적인 협상들이다.

이런 협상테이블에 앉은 당사자들은 서로 유리한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게 된다.

‘나는 더 주고 싶은데 너도 알다시피 사장 인간성이 별로잖니’라며 나쁜 사람을 만들어 놓고 자신은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전술(Good cop/Bad cop)은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애용되는 전술이다. ‘저는 찬성이지만 윗사람 결재를 받아야 되니 확답은 드릴 수 없다’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여유를 만들어 놓는 전술, ‘내일까지 아니면 없던 걸로 하겠다’는 위협전술 등도 자주 쓰이고, 그리 흔치는 않지만 ‘그럼, 같이 죽지 뭐’라는 식으로 상대방이 후퇴하지 않을 수 없게 압박하는 벼랑 끝 전술도 있다.

협상당사자들은 중요한 안건일수록 나름대로 열심히 정보탐색과 전술연구를 한 후 협상에 임하게 되는데 협상테이블에 앉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연구하는 이론 중의 하나가 게임이론이다.

헝가리 태생의 수학자 폰 노이만이 1920년대에 제로-섬(zero-sum) 2인 게임의 기본정리를 증명하면서 시작된 이 이론은 수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

게임이론을 요약하자면 복수의 당사자(player)가 존재하고,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game)에서, 둘 다 이익을 얻으려고 행동할 때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미리 예측하여 의사결정을 한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에 참가하는 플레이어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한 뒤 행동한다는 가정이다. 고스톱에서 엉뚱한 패를 던지는 사람이 끼면 예측이고 뭐고 필요가 없어지는 것처럼 이 이론도 무용지물이 된다.

예를 들어 방송중계권 재계약 협상테이블이 있다고 가정하자. 방송사측은 중계권료를 가능하면 낮게, 연맹측은 높게 책정하는 것이 양측의 협상목표다. 연맹은 2010년경에 올 미디어업계의 지각변동을 고려해 외국방송사와 전격계약, 연맹에서 직접 방송국 운영 등등의 카드를 갖고 중계권료의 파격적인 인상을 요구한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방송사 역시 연맹이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런저런 카드에 대비한 반격 패를 준비할 것이다.

양측은 협상테이블에 앉기 전에 상대가 어떤 패를 낼 것인지 등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충분한 도상연습으로 결과를 예측한 뒤 전략을 수립하고 테이블에 앉게 된다. 그리고 가진 패를 내놓는 협상과정에서 양측에서 생각했던 숫자가 나오면 서로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타협한다는 것이 게임이론이 협상에서 활용되는 이유다. 물론 어느 한쪽이 진짜 패를 공갈 패로 오인하거나 공갈 패를 진짜 패로 잘못 읽으면 협상의 진전이 없거나 불필요한 손실을 입는 일이 왕왕 발생하지만.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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