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화를 위한 정부의 기관 개편안이 적어도 수학 분야에서는 세계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공계 출연연구기관 개편의 일환으로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3개 부설 연구소(국가수리과학연구소, 국가핵융합연구소, 극지연구소)를 각각 본원 또는 유관기관에 통합할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부장보는 “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해당 연구소에 통합에 대한 의견서를 요청해 왔다”며 “그 중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고등과학원에 흡수·통합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전임 연구원이 11명에 불과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독립기관으로 두는 것은 행정가로서 이해하기 힘들다”며 “검토 대상으로 선정된 이상 지속적인 공론화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2003~2004년 정부와 수학계가 긴 논의를 거친 끝에 2005년 10월에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당시 연구소 설립 추진위원장이었던 연세대 장건수 교수는 “응용수학, 금융수학 등 수학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수학 분야의 연구원급 연구기관을 목표로 설립했다”며 “이대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고등과학원 통합을 진행한다면 지난 논의를 번복하는 처사가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고등과학원은 KAIST 부설 연구원으로 수학, 물리 분야의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기관이기에 산업응용수학을 지원하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목표나 성격이 다르다. 정부가 세부적인 고려 없이 인력이나 예산 등 행정 측면의 중복만을 염두에 두고 통합을 논하고 있다는 것이 국내 수학계의 지적이다.
김도한 대한수학회장은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선진 각국은 수학의 힘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겨 다양한 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며 “정부가 세계 수학계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성과 효율화를 강조하는 정부의 관점에서도 산업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현행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통합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대한수학회도 20일 동일한 입장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