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승용차엔 대부분 ‘나홀로’ 운전자들이다.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전기 먹는 하마’나 다름없다. 베란다 공간이 없어 빨래 건조대도 설치할 수 없다 보니 입주자들은 어쩔 수 없이 빨래를 건조기에 넣어 말려야 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데도 석유소비 7위, 에너지소비 10위인 우리나라의 단면이다.
자고 나면 오르는 국제유가를 보면 ‘제3차 오일쇼크’라 할 만하다. 그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사상 최고인 배럴당 133.17달러에 마감됐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123.69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이맘때의 두 배를 넘어섰다. 미국발 경기 침체와 약(弱)달러, 중국과 인도의 고(高)수요, 투기적 거래 등 단기적 불안요소뿐 아니라 석유 고갈 위기가 반영돼 있다. 중동전쟁 등에 따른 공급 장애가 주된 이유였던 1, 2차 오일쇼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서울 강남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값이 L당 1987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2000원 시대’가 닥친 것이다. 원유 수입가격이 오르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 및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시장도 불안해진다. 결국 경제 전체에 직격탄이 된다.
요즘 같은 유가 폭등엔 즉효약 같은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 에너지 고효율·저소비형 경제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수십 년째 말뿐이다. 국민 각자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보태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고유가에 둔감하다. 자연환기 대신 강제환기 방식을 채택한 아파트, 연료소비효율이 낮은 대형 승용차, 한밤중에도 전원이 켜져 있는 사무실 컴퓨터 등 에너지 낭비 현장이 주변에 널려 있다. 이런 식의 에너지 소비는 부유층이 주도하지만 기름값이 오르면 서민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고통을 받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는 돼야 온 국민이 정신 차릴 것’이라는 역설적 주장도 나온다. 한국의 석유중독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석유소비 1위국인 미국에서도 지난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석유중독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목소리조차 듣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에너지공급구조의 ‘탄소시대’는 2030년이면 끝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에는 수소시대든, 재생에너지시대든 지금과 다른 에너지공급체계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갑자기 석유 공급이 끊기다시피 하는 시대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석유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가사회적 노력을 해야 한다. 좀 멀더라도 걸어 다니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각자 생활 속의 에너지소비 구조조정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