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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카페]클래식패션의 힘

입력 | 2008-05-23 02:55:00


요즘 패션계의 화두는 ‘클래식’이다.

대표적인 클래식패션 아이템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켈리 백과 샤넬 2.55백 등의 명품들이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아랑곳 않고 불티나게 팔린다.

패션에서 클래식이란 뭘까. ‘패션의 클래식’이란 책의 저자 베아테 슈미트의 정의다.

‘패션에도 음악이나 문학에서처럼 고전(클래식)이 존재한다.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진 클래식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혹독한 날씨를 극복함으로써, 또는 레저 스포츠를 즐기거나 사교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그 가치를 증명해왔다. 트렌치코트, 폴로셔츠, 샤넬의 미니 검정 드레스 등이 좋은 예다. 클래식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유기적 전통으로 나타난다.’

그는 클래식의 요건으로 △시대를 초월한 전통(샤넬 트위드 재킷, 넥타이) △생활 감정(발레리나 슈즈, 카디건) △기능성과 품질(터틀넥 풀오버, 원더 브라) △독창성과 신뢰성(진주 목걸이, 레이밴 선글라스) △젊음과 우상(아디다스 오리지널, 컨버스 운동화) 등을 꼽았다.

왜 지금 클래식이 각광받을까.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따라잡기엔 지나치게 유행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패션은 유행주기에 따라 크게 클래식과 패드(fad·일시적 유행현상)로 나뉘는데 넘쳐나는 패드의 반동으로 오히려 클래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옷장을 정리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 샀던 아르마니 정장의 구식 실루엣에 적잖이 놀랐다. 불변할 것 같은 ‘아르마니 스타일’도 알고 보니 매년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과도하게 유행을 좇는 ‘패션 빅팀(Fashion victim·패션의 희생자)’도 문제지만 ‘클래식=불변하는 고가(高價) 명품’이란 생각을 지닌 ‘클래식 빅팀’의 지갑은 더욱 위험한 것 같다. 클래식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값비싼 명품을 무리하게 장만했다가 변화에 싫증내면 씀씀이가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클래식도 변화한다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간 교수는 지난해 아버지의 옛날 벨벳 재킷을 입고 다니며 “이런 좋은 옷을 어디서 샀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서울 중구 소공동 고급 양복가게에서 수십 년 전에 맞췄던 이 옷은 어깨선이 좁아 요즘 남성복 유행과 딱 맞았던 것이다. 이 재킷이야말로 이들 부자(父子)의 추억과 세월이 녹아들어간 진짜 클래식이 아닐까.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