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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 타는 월가의 ‘유가 달인’

입력 | 2008-05-23 02:55:00


유가 4년전 40달러할때 “100달러 넘을것” 경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는 고(高)유가 현상을 수년 전부터 정확하게 예견해온 애널리스트가 스타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유가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아르준 무르티(39) 씨가 그 주인공. 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2004년부터 경고해왔다.

지금은 ‘유가의 현인’(賢人)으로 불리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의 말은 ‘외로운 목소리’였다.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그의 전망에 코웃음을 쳤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안팎이었다.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다가도 공급이 조금만 늘어나면 다시 하향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몇 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그의 예측이 정확히 들어맞으면서 이제 시장이 그의 말 한마디에 출렁일 정도로 무르티 씨는 유명해졌다.

최근 그가 “앞으로 2년 안에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자 주요 언론들은 이 같은 전망치를 일제히 보도했다. 주요 기업들은 물론 투자자들도 그의 보고서에 너나없이 주목하고 있다.

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무르티 씨가 일하는 골드만삭스의 원유선물거래팀이 그의 고유가 전망으로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유가는 누구의 전망치에 좌우되지 않는다. 펀더멘털(기본 조건)이 유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가 몰고 있는 차 2대는 모두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그는 고유가가 계속되면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도 결국 변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가가 오르면 미국인들은 자동차를 적게 몰고, 연비가 좋은 차를 타고, 국가 차원에서 원자력발전 등 대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족집게 예언가’에게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 그러나 무르티 씨는 ‘사생활’을 이유로 대부분의 인터뷰를 사절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이례적으로 허용하면서도 사진촬영은 극구 거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