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간 독도 33바퀴를 헤엄치는 도전을 준비 중인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씨. 하루 4, 5시간의 훈련도 이제는 벅차지만 물속에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이번 도전에는 2005년 울릉도∼독도 횡단 때(아래)와는 달리 두 아들과 동행하지 않는다. 제주=황인찬 기자
“외롭지요. 힘들기도 하고요. 제가 홀아비 아니오. 하지만 성공하면 가슴속에 꽈∼악 막혀 있던 시커먼 덩어리가 순식간에 하얗게 풀려 버리는 걸. 그래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것 아니것소.”
쉰여섯의 적지 않은 나이.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씨는 도전을 계속하는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1980년 대한해협을 횡단한 그가 7월 한 달간 독도 33바퀴를 헤엄쳐 돈다. 제주 훈련 100일째를 맞은 그를 외도 수영장에서 만났다.
○ 수도승과 같은 100일간의 훈련
그의 도전을 상업성 띤 이벤트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번에 어렵게 후원받은 돈은 3000만 원. 수영장에서 그는 허름한 운동복을 벗고 물때가 찌든 하얀색 수영 팬츠를 입었다. 현지 훈련을 돕는 사람은 1명. 2월 11일 제주 땅을 밟은 뒤 펜션에서 직접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오전 11시 숙소를 떠나 8km 떨어진 외도 수영장까지 걸어간 뒤 2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물살을 가른다. 하루 4∼5시간 남짓한 훈련이지만 50대 중반인 그에게는 쉽지 않다. “세월이 흘렀다는 걸 잘 알지요. 피로가 누적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시간은 더 걸리고….” 피로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식사 조절. 아침과 저녁만 먹는 그는 석 달 넘게 반찬으로 쇠고기와 장어만 먹었다. 소금 간, 간장 간으로 바꿔 먹지만 반찬이 입 안에서 헛돈다.
2001년 아내를 심장마비로 잃은 그는 2005년 울릉도∼독도 수영 도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두 아들이 함께하지 않는다.
○ ‘보람 있는 삶 살았나’ 반추해 봐
그는 5남 5녀의 막내로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18세(1968년)에 서울로 올라와 수영을 시작했다. 이듬해 일반부로 출전해 400m, 1500m를 우승하면서 단번에 샛별로 떴다. 그러나 삶은 여전히 고달팠다. 종로 근처 간판집 점원으로 일하며 YMCA에서 틈틈이 연습을 했다.
“쇠고기를 배불리 먹고 싶었지요. 박태환이 과학적으로 훈련하는 것을 보면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일과 후 박태환의 경기 모습을 비디오로 보며 새 기술을 배운다.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뭐냐고 묻자 “수영을 늦게 시작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박태환을 보며 아쉬움이 들지도 모르겠다.
“물속은 적막해요. 요즘은 그 속에서 ‘내가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았나’ 돌이켜봅니다.”
그는 다음 달 중순 제주를 떠나 도전에 나선다. “지금은 독도만 생각하지요. 다음 목표는 그 다음입니다.”
제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조오련 씨 극한 도전 일지 △1980년 대한해협 횡단 △1982년 도버해협 횡단 △2002년 대한해협 재횡단 △2003년 한강 600리(남방한계선∼여의도) 주파 △2005년 제주도 모슬포∼마라도 종단 △2005년 울릉도∼독도 횡단
▲ 영상취재 : 동아일보 황인찬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