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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데사르 한명이 첼시를 꺾었다”

입력 | 2008-05-23 08:37:00


불혹을 앞둔 ‘신의 손’…결정적 순간마다 골문 빗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벌어진 22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맨유 골키퍼 반 데 사르(38)와 첼시 공격수 니콜라스 아넬카(29)가 11m 간격을 두고 서로 마주섰다. 맨유와 첼시 팬 모두 이 잔인한 ‘러시안 룰렛’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넬카의 발을 떠난 볼은 오른쪽으로 훌쩍 몸을 날린 반 데 사르의 손에 맞고 튕겨 나왔다. 이번에도 ‘승부차기의 신’으로부터 선택받으며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반 데 사르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포효했다.

반 데 사르의 최근 페널티킥 방어 능력은 경이적인 수준이다. 반 데 사르는 지난해 5월 6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매치에서 경기 종료 10분 전 상대 다리우스 바셀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팀의 1-0 승리를 지켰다. 맨유는 이날 승리로 사실상 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반 데 사르 선방 행진의 하이라트는 지난해 8월 6일 웸블리에서 벌어졌던 커뮤니티 실드였다. 당시 상대 역시 첼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반 데 사르는 상대 피사로와 램파드, 그리고 라이트-필립스의 킥을 모두 막아내며 승부차기에서 3-0 완승을 이끌어냈다.

경기 후 반 데 사르는 맨유 팬들로부터 “반 데 사르 한 명이 첼시를 눌렀다”는 극찬을 받았다.

10년 이상 대표팀과 클럽에서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승부차기에서 여러 차례 환희와 좌절을 맛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반 데 사르 만큼 메이저대회 주요 고비에서 굴곡을 겪은 골키퍼는 드물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반 데 사르는 아약스 소속이던 1995-1996 시즌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2-4로 패하며 쓴 맛을 봤다. 클럽에서의 불운은 대표팀까지 이어졌다. 네덜란드 대표팀은 그가 골문을 지킨 유로 96, 98년 프랑스월드컵, 유로 2000에서 모두 패했다. 하지만 불혹을 앞둔 이 노장 골키퍼는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다시 한 번 정상에 우뚝 섰다.

한편, 이날 맨유는 전반 26분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선취골을 넣고도 전반 종료 직전 첼시의 프랭크 램파드에게 동점골을 허용, 연장을 치르고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이겼다. 이로써 맨유는 1967-1968 시즌과 1998-1999 시즌에 이어 3번째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더블을 달성했다.

긱스는 맨유 통산 759경기 출전으로 보비 찰턴(758경기)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다출전 기록을 경신했고 이날 승부차기 실축으로 망신살이 뻗칠 뻔한 호나우두는 1골을 더 보태 챔피언스리그 8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31골)에 이어 2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박지성은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며 결국 꿈의 무대 그라운드를 밟는데 실패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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