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 애덤 매튜스 아태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본 한국증시
“한국의 전자회사, 자동차회사의 실적은 유가보다는 원-엔 환율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엔화의 강세가 지속되는데 한국의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 한국의 수출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JP모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애덤 매튜스(사진) 아시아태평양지역 클라이언트 포트폴리오 매니저(CPM·Client Portfolio Manger) 최고책임자는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 첫 번째 이유로 원화 가치의 하락을 꼽았다. 이어 그는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의 자동차, 전자 관련 종목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자산운용은 세계적 금융그룹인 JP모간체이스앤드컴퍼니의 자(子)회사로 세계 40여 개 지역에 1만2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CPM은 JP모간자산운용에서 주요 투자자들에게 펀드매니저를 대신해 펀드의 운용 방침에 대해 설명해주는 직책. 매튜스 씨는 홍콩에 근무하면서 한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 지역의 CPM을 총괄하는 아시아 지역 전문가다.
○ “향후 3개월은 고유가에 적응하는 시기”
그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인도와 같은 고성장 지역에 집중하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췄지만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2∼3%포인트 늘렸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인도와 중국 성장이 둔화되면서 한국과 대만이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적극적인 감세(減稅)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JP모간자산운용은 한국에 대해서는 이미 투자 비중을 늘렸지만 대만에 대해서는 아직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과 정치적 관계가 개선됐다는 건 기대감이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유가 급등이 세계 증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그는 “유가 급등으로 글로벌 증시의 추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3월 중반의 낮은 가격까지 떨어질 것 같진 않다”며 “향후 3개월은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소비자 및 투자자들이 적응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한국 증시에 영향을 주겠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이미 중국이며 그 밖의 여러 나라와 지역으로 수출 비중이 분산돼 있어 그 충격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1분기(1∼3월) 실적을 보면 미국 경기의 영향을 생각보다 많이 받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아시아의 경제 중심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 중국, 베트남 매력적…일본은 지켜봐야
그는 중국과 베트남을 중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았다.
특히 중국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중국 정부가 물가를 낮추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봤다. “중국 기업은 임금이 상승하고 있고 매출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증시 조정 이후 주가도 매력적인 수준이 됐고 기업의 재무 상태도 건전합니다.”
베트남의 위험 요인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에 세워졌던 많은 공장이 낮은 인건비를 찾아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향후 아시아의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의 경제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1, 2개월 투자를 유보하면서 베트남의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좋은 매입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극단적인 전망이 엇갈리는 시장’이라며 현재 JP모간자산운용의 일본에 대한 투자 방침은 ‘중립’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증시는 세계지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주가가 떨어지면 외국인들은 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토픽스지수가 1,250이나 1,300까지 떨어지면 단기적인 투자 매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