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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화·통 마케팅…기업들 ‘스토리텔링’ 바람

입력 | 2008-05-24 03:01:00


《“미래의 부(富)를 창조하는 길은 더는 상품의 기능에서 나오지 않는다.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21세기, 소비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구매한다.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은 부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

내부 조직 관리와 외부 마케팅 등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활용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극심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품질이나 기술,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제품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스토리’를 통해 고객에게 감동이나 재미를 전달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또 내부 직원에게도 조직 내의 감동적인 스토리로 기업의 가치와 비전에 대한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필요성과 방법론, 국내 기업에 대한 사례 분석 등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0호(6월 1일자)에 자세히 소개된다.》

○ 창업주 신화로 기업 이미지와 조직문화 강화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스토리, 들어온 이야기로 세상을 이해한다. 상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사람을 정의하듯 기업도 회사가 만들어낸 스토리, 주변에서 만든 이야기로 정의된다.”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저 샹크 교수의 분석이다. 그의 이론은 기업이 고객은 물론 조직 구성원과의 감정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 스토리텔링이 왜 중요한 도구가 되는지 보여준다.

덴마크의 스토리텔링 전문기업 시그마(SIGMA)의 클라우스 포그 대표는 “창업주에 대한 스토리, 제품 탄생과 관련한 스토리, 훌륭한 직원에 대한 스토리, 감동받은 소비자의 스토리 등 모든 기업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며 “이는 기업을 특별하게 만드는 훌륭한 전략적 도구”라고 강조했다.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창립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스토리로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만들어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울산 미포만 백사장 사진과 5만 분의 1 지도만 갖고 그리스 리바노스사(社)를 찾아가 선박을 수주한 ‘정주영 신화’를 정 명예회장의 육성으로 직접 전달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창립자 이야기로 ‘미래를 개척하는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 정신을 자연스럽게 전달한 것. 홍보팀 김기영 과장은 “기업 내부적으로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강화하는 효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 브랜드 이야기를 팔아라

두산의 저도주 소주 ‘처음처럼’은 제품 탄생 비화(秘話)와 브랜드 네이밍 스토리를 전달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소주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세계 최초 알칼리수 소주 처음처럼.’ 두산은 이를 알리기 위해 제품 특성을 설명하기보다 한기선 사장이 알칼리수를 찾게 된 일화를 집중 홍보했다.

두산은 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시(詩) 제목 ‘처음처럼’을 과감하게 브랜드 이름으로 채택하고 라벨 제품명도 신 교수의 서체를 그대로 썼다.

이정태 마케팅부문 브랜드팀장은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는 스토리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을 없애는 것은 물론 주요 타깃으로 삼은 젊은층과 여성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고급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도 스토리텔링을 적극 도입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주가 제주도에 녹차밭 100만 평을 직접 일군 일화, 청명과 곡우 사이에 첫물녹차를 수확하는 한국 전통 등으로 구성된 스토리를 미국 매장에서 상영한다. 또 미국 현지 직원들에게 제품 원료인 6년근 홍삼을 교육할 때 고려인삼을 중국에 내다판 개성상인의 이야기 등을 이용하고 있다.

○ 고객 및 직원들과 스토리로 커뮤니케이션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국내 기업이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유는 제품의 기능적 특성을 위주로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치중한 탓”이라며 “기업과 고객이 함께 스토리를 만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며,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10년간 진행해온 기업 이미지 캠페인인 ‘또 하나의 가족’을 업그레이드했다. 완성된 스토리를 만들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광고를 완성하고 있다.

소비자 2만 명이 참여해 광고 캐릭터를 직접 뽑았다. 또 미(未)완결된 이야기로 1차 광고를 내보낸 뒤 고객이 직접 보내온 사연으로 다시 완결된 형태의 2차 광고를 만들고 있다.

IBM은 조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스토리텔링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직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삽화나 짧은 만화, 오디오 스토리 등으로 만들어 배포한다. 또 최근에는 회사 전략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회사 전략이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전략 토론(Strategy Dialogue)’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IBM은 캠페인 두 번째 단계로 ‘스토리텔링 콘테스트’를 가질 계획이다. 회사 전략을 잘 실현한 팀들이 스토리를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하는 형식이다.

한국IBM의 이윤성 홍보실 차장은 “사업부별로 회사 전략에 대한 이해 수준이 모두 다르다”며 “기업 전략과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메시지 왜곡을 최소화하는 데 스토리텔링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스토리텔링’ 어떻게 하나

“요즘 스토리텔링이 뜬다던데 별거 있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많은 기업은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어 광고로 내보내면 소비자가 좋아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이기적’ 스토리에 ‘허풍’이란 양념을 아무리 많이 뿌려도 의도한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진정한 스토리텔링은 기업과 상품의 영혼과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 핵심 스토리 만들기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핵심 스토리(Core Story)’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핵심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과 상품이 가지고 있는 핵심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케네디 대통령은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다’는 스토리를 제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직원은 물론 미국민을 단결시켰다. 애플은 ‘창조적 다양성’에 대해, 나이키는 ‘이기고자 하는 의지’에 대한 핵심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핵심 스토리를 만들려면 그 기업만의 차별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가 ‘부고 테스트(The Obituary Test)’다. 이는 기업이 사라졌을 때 신문에 어떤 기사가 날지 가상으로 작성해 보는 것이다. 또 내부와 외부 리서치를 통해 광범위한 이야기 소재를 모아야 한다. 때로는 감추고 싶은 이야기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난감 업체 레고의 한 직원은 상품 포장 과정에서 커터 칼을 잃어버렸다. 이후 직원들은 제작, 배송 라인을 모두 멈추고 커터 칼이 들어간 상품을 어렵게 찾아냈다. 레고는 이 과정을 인터뷰 동영상으로 제작, 제품 안전을 위한 직원들의 열정을 보여준 사례로 홍보해 톡톡히 성과를 봤다. 내부 및 외부 리서치를 통해 소재를 모은 후에는 스토리를 직접 만들어 테스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스토리텔링의 필요조건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특정한 경험을 주고, 어떤 영향을 끼쳐야 한다. 따라서 스토리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또 갈등(conflict)도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기업은 아름다운 이미지와 찬양 문구만 넘쳐나는 광고를 제작한다. 하지만 조화로움만 가득하고 갈등이 없다면 스토리의 재미와 설득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미국 애플은 획일적 디자인을 배격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광고에 활용해 자사의 창조적 제품을 적극 홍보했다.

기업의 특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은 공주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 용사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간단한 동화 모델을 기초로 여러 등장인물을 배정해 보면 더욱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주인공을 맡게 되는 기업이나 상품은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오토바이 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은 반항아의 특징, 영국의 버진그룹은 모험가의 특징을 갖고 있다.

황신웅 비즈니스스토리텔링 연구소장 idea@storyout.com

○ 황신웅 소장은

연세대 인지과학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동 대학에서 산업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비즈니스스토리텔링 연구소장, 덴마크 SIGMA의 협력 컨설턴트, STORYout 대표 컨설턴트로 스토리텔링 관련 강의 및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0호(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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