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왼쪽)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두 정당은 이날 정책연대를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안철민 기자
“대체 무슨 명분으로…” 정치권 ‘야합’ 비판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23일 정책연대 형식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대운하 저지,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 확보가 전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소기업 활성화에 공동 노력하기 위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이어 세 번째 교섭단체가 탄생하게 됐다.
▽교섭단체 구성 배경=원내 교섭단체 구성 논의는 한 달여 전부터 선진당 내에서 아이디어로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둔 건 이틀 전부터다.
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21일 저녁 문 대표와 대전에서 만나 교섭단체 구성을 제의했고 문 대표는 정책연대 형태의 교섭단체 구성에 동의했다. 이 의원은 통합민주당 시절인 지난해 9월 대선후보로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문 대표 지지를 선언한 적이 있을 정도로 친분이 깊은 사이다.
이 의원은 22일 오전 이 총재에게 이를 보고했고, 이 총재는 “모든 분야의 공조가 아니라 쟁점별로 따로 가게 되면 괜찮다”며 협상을 지시했다. 이 의원과 창조한국당 김동규 전 대변인은 의원회관에서 구체적인 합의문 작성에 들어가 22일 저녁 전격 타결됐다.
선진당은 무소속 후보 영입이 난항에 부닥친 데다 모두 초선 의원인 창조한국당에는 상임위원장을 배려할 필요가 없어 부담이 없고, 창조한국당도 검찰 수사망이 문국현 대표에게 번지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좌우 동거 연대=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합의문에서 “양당의 견해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듯이 보수를 지향하는 선진당과 진보를 지향하는 창조한국당의 성향에는 차이가 많다.
이 총재와 문 대표도 국민에게 야합으로 비치지 않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일반적인 형태인 당 대 당 합당이 아닌 정책연대를 선언한 것도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총재와 문 대표는 TV토론 과정에서 대북 문제 등 상당수의 현안에서 시각차를 드러냈다.
각 당은 ‘야합’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자유후진당인지, 또 후퇴 모방한국당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가수 나훈아와 비가 섞여 이도저도 아닌 니훈아가 된 격”이라고 꼬집었다.
▽뭐가 달라지나=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의사일정에 대한 원내대표 협의에 참여할 수 있고 각 상임위에 간사를 둘 수 있게 됐다. 18대 원구성 협의에도 참여할 수 있게 돼 선진당은 2석의 상임위원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진당은 제3 교섭단체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평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미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고보조금은 변함이 없다. 국회법상 정당들에 주어지는 국고보조금의 50%는 단일 정당인 원내교섭단체에만 배분되기 때문. 이 때문에 양당의 합당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양당이 합당하면 지금보다 2배 정도 국고보조금이 많아진다.
선진당 관계자는 “원래 사귀기 시작하면 결혼도 하는 것 아니냐”며 합당 가능성을 점쳤지만 창조한국당은 합당에 부정적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