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마라톤’이 아니다. 제리 로이스터의 롯데 자이언츠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됐던 ‘4월 반짝, 5월 몰락’의 패턴을 극복하는 추세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롯데는 승률 5할을 위협받았다. 간신히 4위(20승 20패)에 턱걸이 하고 있었지만 5위 삼성(21승 22패)에 반경기차로 쫓겼다. 그러나 KIA와의 광주 2연전을 내리 잡아낸 뒤, 23일엔 압도적 1위 SK마저 9-3으로 대파했다. 3연승 기세에 힘입어 단독 3위를 굳혔고, 2위 두산(25승 18패)까지 사정권에 두게 됐다.
경기 내용도 이상적이어서 21일 KIA전은 임경완이 2.2이닝 마무리에 성공했고, 22일엔 송승준이 완투를 해냈다. 23일 SK전 역시 선발 장원준의 역투(8이닝 3실점)와 용병 카림 가르시아의 역전 결승 3점포(시즌 12호)로 ‘롯데 천적’ 케니 레이번을 깼다. 가르시아는 두 경기 연속 결승 3점홈런을 터뜨렸고, 선발 전원 안타 포함해 14안타가 쏟아졌다. 특히나 SK전 압승이 각별한 이유는 롯데의 문학구장 연패를 ‘9’에서 저지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레이번은 롯데전 5전 전승이었는데 이마저 끊었다. 장원준 역시 문학구장 3연패와 더불어 4월 23일 문학 SK전에서 1회도 못 버티고 볼넷 5개를 남발하다 무너진(4실점) 수모를 되갚았다.
작년에 롯데는 SK전 4승 14패로 철저히 당했는데 이 탓에 가을 야구 꿈이 깨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이미 지난해 승수에 도달(4승 4패)했다.
예년과 달리 롯데가 닳지 않는 지구력을 발휘하는 원천은 외국인 감독 ‘로이스터 효과’가 꼽힌다. 그러나 더 파고 들어가면 로이스터를 뒷받침 해주는 그룹 최고위층의 물밑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의 구단주이자 한국 롯데 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6월 최신호 인터뷰에서 “최근 성적 부진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롯데에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경영인의 처지를 떠나서 롯데 팬이라면 누구나 했을 생각이다. 다행히 일본 지바롯데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추천으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로이스터 감독 영입을 위해 직접 면담까지 치렀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신 부회장은 “롯데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해 주말에 시간이 나면 롯데 경기를 보러가곤 한다”고 언급했다. 이전까지 모그룹의 투자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던 롯데였지만 신 부회장이 애정을 두게 되자 그 위상의 변화는 말할 나위 없을 터다.
이는 곧 구체적 지원으로 이어졌고, 성적이 나면서 팬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자 부산시 역시 시장 차원에서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순환의 불이 당겨졌고, 쉽게 주저 앉지 않는 달라진 롯데를 파생시켰다.
롯데 팬들은 소원인 “가을에도 야구하자”를 줄여서 “아, 좀!”이라 부른다. 그 ‘아주 조금’이 드디어 메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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