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유값, 휘발유보다 배럴당 40달러 비싸
가격 역전 대세… 현물시장 수요마저 폭발
국내 세금체계로 저가경유시대 유지한 셈
현상황 한국정부 세금으로 가격통제 못해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역전현상이 본격화되면서 경유차 운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주부터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GS칼텍스와 SK에너지 등 국내 정유회사들이 잇달아 경유를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에 주유소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역전현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유 값이 급등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경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한 가격 결정구조와 국내 세금체계 때문이다.
25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제품가격에 운임과 환율, 정유회사 마진과 기타 시장동향 등을 감안해서 산정한다.
23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옥탄가 92 수준의 휘발유 제품 가격은 배럴당 136.06달러, 황 함량이 0.05%인 경유 제품은 175.62달러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40달러가량 비쌌다.》
국제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거래돼 왔다.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휘발유가 더 비쌌던 것은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와 교육세 주행세 등 이른바 유류세가 L당 737.26원(세금에 대한 부가가치세까지 포함)으로 경유의 523.27원보다 200원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제품 가격의 차이가 빠르게 커지면서 정부도 세금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5일까지만 해도 싱가포르 제품시장에서 휘발유는 배럴당 86.87달러, 경유는 86.77달러로 휘발유가 10센트 비쌌으나 이후 가격이 역전돼 23일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이가 39달러 이상으로 벌어졌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최근 5년간 국제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을 조사해 보면 경유가 휘발유보다 배럴당 8∼9달러 높게 형성돼 있다”면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경유 수요가 급증해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휘발유가 수송용으로만 쓰이는 데 비해 경유는 수송용 외에 발전용과 산업용, 농업용 등 수요가 다양한 것도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다.
구 팀장은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경유 발전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도 경유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제시장에서 경유가격이 연초보다 51% 급등했지만 국내 경유가격은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일부에서는 경유 가격 급등으로 정유회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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