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갑자기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통증이 오기 쉽다. 주말농장에서 일할 때는 정기적으로 몸을 펴주고 힘든 부위를 풀어주는 체조를 하는 것이 좋다. 사진 제공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김종인(52·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씨는 2년 전 서울 근교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농사를 지으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건강이 좋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전 주말농사를 포기했다. 호미질을 하고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다 보니 허리와 목이 뻐근하더니 관절이 시큰거려 더는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육체노동을 갑자기 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가게 마련이다. 건강한 심신을 위해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등에 나서는 도시인이 많지만 오히려 몸이 상하기도 한다. 전업 농부가 아닌 도시인이 농사일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아본다.》
주말병 부르는 무리한 주말 농사
○ 욕심 내지 말고 처음엔 두세 시간만
주말농장에 가면 욕심을 내기 쉽다. ‘주말에만 오니 별로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면 몸이 성할 리 없다.
농사일은 소모되는 칼로리가 평소 운동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농사일은 시간당 528Cal가 소모된다. 골프의 246Cal, 산행의 252Cal에 비해 훨씬 높다.
문재호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처음에 자신만만하게 텃밭 가꾸기에 도전하던 사람 중 몇 달 못 가서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초보 농사꾼이 쉬지 않고 세 시간 넘게 일하면 근육통이 생긴다”고 말했다. 나중에 일하는 시간을 늘리더라도 처음엔 가볍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 온몸이 아픈 근육통은 특히 50대 여성에게 생기기 쉽다.
일할 때는 한 시간마다 10분 이상씩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오래 일한 후 오래 쉬는 것보다 피로감이 올 때 짧게라도 자주 쉬는 것이 효과적이다.
○ 힘든 부위를 풀어주는 체조해야
쪼그리거나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일해야 하는 농사일은 허리 통증을 불러온다. 아픈데도 계속 같은 자세로 일하면 만성질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흔히 ‘농부병’이라고 불리는 ‘척추후만증’(척추가 뒤로 불룩 휘는 것), ‘척추관협착증’(척추의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는 것)은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수십 년 일하면 생긴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쪼그리고 손과 어깨를 반복적으로 움직여 일하면 허리, 다리, 어깨에 통증이 온다”며 “쉴 때는 그냥 있지 말고 힘든 부위를 풀어주는 체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할 때는 쪼그리고 앉기보다는 작은 의자를 장만해 앉도록 한다. 서서 일할 때는 두 다리를 꼿꼿이 세우기보다는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약간 구부려 달리는 자세를 취한다.
가령 곡괭이질을 할 때는 차렷 자세에서 허리를 구부리지 말고 한 다리는 앞으로 빼서 살짝 굽히고 목과 척추는 일직선이 되도록 한다.
○ 설탕, 소금물을 마시면 좋아
농사는 힘든 작업이다. 평소 당뇨 치료를 받는 사람은 사탕, 초콜릿 등 당이 든 간식류를 준비해서 먹는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농사짓느라 평소보다 당 소비가 많아지면 혈당수치가 갑자기 낮아지기 쉽다”며 “사탕 등으로 당을 보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혈당수치가 떨어지면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뛴다.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어질어질할 때는 그늘로 가서 머리로 혈류 공급이 잘되도록 잠시 누워 있는다.
무리하게 근육을 써서 벌겋게 부어오르거나 허리, 무릎이 아프면 그늘로 가서 차가운 수건을 얹고 쉰다. 많이 아프면 아스피린, 타이레놀 등을 복용하고 그래도 일주일 이상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에 가서 X선 검사를 받는다.
평소 소화가 잘되지 않으면 식사 후 바로 일을 시작하지 말고 30∼40분 쉰다.
날씨가 습하면서 더울 때는 되도록 일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여 열이 나면 땀을 내서 열을 가라앉혀야 하는데 습하면 땀이 배출되지 않고 몸 안의 열도 계속 누적돼 위험하다.
일을 할 때는 간간이 수분을 보충해주고 물기 많은 과일을 먹거나 스포츠 음료를 마셔도 좋다. 물에는 설탕이나 소금을 조금 타서 마신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