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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내면 망신살”… 中지진기부 노이로제

입력 | 2008-05-26 02:58:00


■ 中활동 국내외 기업들 희비교차

거액 내고도 타이밍 놓쳐 욕먹기 일쑤

맥도널드는 칭찬… 코카콜라는 “인색”

중국 쓰촨(四川) 성 대지진 발생 후 진행된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기업들의 명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적은 액수를 기부하고도 사회적 찬사와 높은 홍보 효과를 얻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홍보가 부족해 ‘인색한 기업’으로 몰리는 사례들도 있다.

중국 경제전문 주간 징지관차(經濟觀察)보는 “기업 기부는 ‘도덕적 행위’와 ‘이미지 개선을 위한 투자’라는 양면성이 있어 액수와 타이밍이 모두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 성공한 기부와 실패한 기부

중국 중앙(CC)TV가 18일 진행한 기부금 모금 특별방송의 주인공은 룽청(榮程)연합철강의 장샹칭(張祥靑) 회장이었다. 장 회장은 ‘3000만 위안’ 기부금 팻말을 들고 있다가 즉석에서 7000만 위안을 늘려 1억 위안을 기부하기로 해 방송을 지켜본 49개국 5억5000만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특히 장 회장이 32년 전 탕산(唐山) 대지진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 출신이라는 사연까지 곁들여져 감동은 더했다.

하지만 장 회장보다 많은 1억1260만 위안을 기부해 중국 민간기업으로는 최고액을 기록한 르자오(日照)철강의 선행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중국 굴지의 부동산개발회사인 완커(萬科)는 ‘돈 내고 욕먹은’ 사례. 완커의 왕스(王石) 회장은 “이만하면 적당하다”며 200만 위안을 기부했다가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1억 위안을 추가로 냈다.

○ 선행은 알리는 것이 중국식

쓰촨 성에 20개의 점포를 가진 맥도널드는 지진 발생 3일 만에 지진 피해 지역에서 영업을 재개해 4만 개 이상의 햄버거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맥도널드의 선행은 마침 피해 지역을 취재 중이던 세계 각국 언론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누리꾼들로부터 ‘톄궁지(鐵公鷄·인색한 사람이나 기업을 표현하는 말)’로 몰리며 한때 불매운동 리스트에까지 올랐던 코카콜라. 하지만 코카콜라는 지진 발생 다음 날 즉각 1만 상자가 넘는 음료수를 피해지역에 보냈다. 미국 본사는 미 적십자사를 통해 910만 위안의 기부금과 1700만 위안어치의 물품을 제공했다.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해 “떼돈 벌고 한 푼도 안 낸다”는 오해를 산 것.

징지관차보는 “홍보에 소홀한 기업들은 ‘중국적인 특성’과는 맞지 않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IBM은 코카콜라의 억울한 사례를 알면서도 “남이 큰 재해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우리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홍보를 할 수는 없다”며 기부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중국 진출 외국기업 기부금 액수 순위(단위:만 위안)순위업체업종기부금1노키아이동통신53002에릭손통신설비4560 3인텔반도체45004삼성전자 전기34505나이키스포츠용품30006아스트라 제네카제약23607시나르 마스제지21008이하이 커리무역 등 종합20009구글 인터넷190010LG종합 전자1700자료: 징지관차보. 5월 23일까지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집계.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