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난흥방(多難興邦).’
춘추 좌전(左傳)에 나오는 말로 잇단 재난이 되레 국민들을 분발시켜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라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중국 쓰촨(四川) 성 지진 재난 지역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3일 베이촨(北川) 중학교의 임시 천막교실에서 이 한자성어를 제시하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원 총리는 이번 지진으로 가족과 재산을 잃고 1200여 명의 친구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학생들 앞에서 ‘多難興邦’을 칠판에 또박또박 쓴 뒤 “재난을 겪은 사람이야말로 한층 더 노력할 수 있다”며 “이 네 글자를 절대 잊지 말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당부했다.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욱일승천해온 중국은 올해 국가의 최대 행사인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말 그대로 ‘다난’이다.
중국 남부는 1월부터 한 달 이상 계속된 폭설에 시달렸다. 3월 14일엔 티베트에서 대규모 독립시위가 발생해 중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았다.
4월 28일엔 산둥(山東) 성에서 대형 열차사고가 터져 488명이 숨지거나 다쳤고 3월 말 안후이(安徽) 성에서 퍼지기 시작한 어린이들의 장 바이러스 전염병은 이달 초 전국에 걸쳐 환자가 2만5000여 명으로 불어난 뒤 지금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이번 지진은 ‘8만6000여 명의 사망·실종자와 36만 명의 부상자, 1200여만 명의 이재민’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듯이 사회주의 중국 건국 이래 최대 참사로 기록됐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대형 테러와 재난이 뒤따를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마저 나돈다.
원 총리는 이날 4자성어를 통해 학생뿐 아니라 13억 전 인민에게 “이런 재난들은 모두 나라가 부흥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테니 절대 용기를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재난으로 13억 인민이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올해 들어 다난의 연속이다. 국제경기 불황과 유가 파동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 역시 초기 인사 잡음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파동으로 갈수록 정치력이 떨어지고 있다.
다난흥방은 전 국민의 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와 단합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필요한 4자성어가 아닐까 한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