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언론에서 바이오에너지가 식량위기의 주범이라고 앞 다투어 몰아가고 있다.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바이오에탄올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기까지 167년이 걸린다는 논문은 이러한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과연 그런가? 이런 계산을 할 때는 계산에 사용된 가정과 조건이 항상 중요하다. 열대우림을 밀어내고 바이오에너지 작물을 재배하니까 그런 계산이 나온다. 지구상의 인구는 현재 66억 명을 넘었고 계속 증가 추세다.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구 증가를 그래프로 그려 본 사람은 안다. 불과 지난 수백 년 사이에 거의 수직 상승했다는 것을. 이와 함께 온실가스의 농도도 수직 상승했다.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식량 수요도 급증했다. 이것이 직접적인 곡물가 폭등의 주범이라 하겠다.
또 중국 등에서 화석원료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농경시대 때의 10배, 산업혁명시대의 3.5배에 이른다. 이 몇 가지만 봐도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 환경, 식량 문제는 급증하는 인구와 인류가 자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주원인임을 알 수 있다.
고유가와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는 대체에너지 개발과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생산 시스템의 구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몇 년 전 예측자료이지만 만약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방출하면 2100년경에는 지구 온도가 8도까지도 올라간다니 인류의 생존은 불가능해진다.
지구상에는 1년에 1700억 t의 바이오매스(생물자원)가 생성되며, 인류는 70억 t이 안 되는 양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식량 등으로 활용되며, 이 사용량의 불과 4%가 안 되는 양이 비(非)식량 용도로 활용된다고 한다. 게다가 바이오매스 생산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막과 불모지도 많고, 미국의 경우 아직 농작물을 추가 경작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현재 곡물가 폭등은 인구 증가라는 기본적인 문제에 곡물 배분 문제와 그에 관여하는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일어난 것이다. 옥수수에탄올이라는 바이오에너지의 한 형태의 확대는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열대우림 파괴 대신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바이오에너지 작물을 재배하고, 스위치그래스 등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지, 바이오에너지가 무조건 곡물가 폭등의 주범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바이오에너지와바이오리파이너리가 중요한 해결책이긴 하지만 전부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환경을 고려하며 순환 활용하기 위한 한 가지 중요한 전략으로 추진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지구 시스템에서의 최적화를 통한 자원관리가 요구된다. 그러면 더욱 큰 관점에서 인류는 무얼 해야 하나? 우선 인구 폭발을 막아야 한다. 또 모든 형태의 자원을 절약해야 한다. 경제발전이라는 목적 아래 너무 많은 자원을 쓰고 있다. 화석원료는 중요한 화학물질의 생산 등으로 국한하고, 바이오매스 등 재생 가능한 원료로 생산이 가능한 것은 모두 바꿔야 한다.
개개인이나 어느 집단, 어느 국가의 이익을 따지다가는 인류 전체의 재앙을 면하기 힘들다. 전 세계가 동참해야 한다. 지금이 2008년이니 앞으로 2008년 후를 내다보는 것은 어떨까? 먹고살기도 바쁜데 지금부터 2008년 후를 보라고? 그래도 봐야 한다. 내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를 위해서라도. 누구 말처럼 우리가 사는 지구는 후손에게서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LG화학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