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 일본의 아프리카 구애(求愛)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본격적인 경쟁은 2006년 11월 중국이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에게 개발기금 특혜차관 무상원조 같은 명목으로 90억 달러의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 시작됐다. 인도가 뒤이어 올해 4월 아프리카 14개국의 정상과 장관들을 초청한 ‘인도-아프리카 정상 포럼’에서 5년 내 차관을 54억 달러로 늘리고 5억 달러를 원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내일부터 요코하마에서 ‘제4회 아프리카개발회의’를 개최해 아프리카 투자를 현재의 두 배인 25억 달러로 늘리고 5년간 40억 달러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나이지리아의 한 신문은 아시아의 대표적 자원소비 대국들이 ‘아름다운 처녀’인 아프리카를 놓고 선물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묘사했다. 아프리카인의 눈에도 자원 확보를 겨냥한 경제 강국들의 속셈이 뻔히 보이는 것이다. 중국 인도 일본의 집단 자원외교에서 비켜서 있는 듯하던 정부가 늦게나마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지닌 아랍권 전체와 손을 잡는 모임을 만들었다. 아랍국가가 대부분인 중동지역에는 세계 원유의 61.5%, 천연가스의 40.2%가 묻혀 있다.
▷어제까지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한-아랍 소사이어티’ 창설 국제회의에는 아랍 22개국 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과 왕족, 각료는 물론이고 경제계 문화계 학계 대표에 이르기까지 200명이 넘는 아랍권 고위인사가 한꺼번에 서울을 방문해 자리를 빛냈다. 아랍권은 이슬람으로 맺어진 형제국이다.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단결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집단 자원외교 상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아랍권 정부(왕실) 및 기업의 기여금으로 기금을 조성해 민관합동 비영리 재단을 만들기로 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중동 외교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다양한 계층의 교류야말로 일방적인 선물 공세보다 효과적으로 자원부국의 마음을 사로잡는 길이다. 다음 달 30일 출범하는 ‘한-아랍 소사이어티’가 자원외교 차원을 넘어 한국과 아랍권의 소통과 이해증진을 위한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