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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장 당선 이연택씨 “체육계 구조조정 수행할 적임자”

입력 | 2008-05-27 08:52:00


26일 오전 제36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투표장 안에는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총 53표 중 이연택 후보(전 체육회장) 26표, 김정행 후보(용인대 총장) 9표, 이승국 후보(한국체대 총장) 16표가 발표되자(무효 2표), 모두들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이어 곧바로 이연택 후보와 이승국 후보의 결선투표가 시작됐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난 뒤였다. 결선투표에서 이연택 후보는 33표를 획득, 19표를 얻은 이승국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새로운 체육계 수장으로 당선됐다.

회장 임기는 중도 사퇴한 김정길 전 회장의 잔여임기인 내년 2월까지이며,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 대신 일정액의 활동비를 지급받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당초 이 후보의 승산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졌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 당면 현안을 풀 적임자

체육계의 당면 과제는 당장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과 체육계의 구조조정. 올림픽을 위해 단합을 도모하고,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만한 인물이 필요했고, 말만 무성한 체육계의 구조조정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어서 풍부한 실무경험과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장이 요구됐다. 이런 점에서 이연택 후보가 한발 앞선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들은 9개월간의 짧은 임기 동안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인물로 현직 대학 총장보다는 이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총무처 및 노동부장관을 지낸 이 후보는 2002.5∼2005.2까지 제34대 대한체육회장을 지냈으며, 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 등 굵직한 역할을 해왔다.

○ 비(非) 정치적 인물

이번 선거를 앞두고 누가 현 정부와 교감을 가졌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승국 후보나 김정행 후보 모두 직간접적인 연결고리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막판까지 정부의 입김이 없었다는 점, 순수하게 대의원들의 판단에 맡겨졌다는 점이 이연택 후보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른 후보들이 체육계의 라이벌 대학이라는 점도 어부지리의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어느 한쪽에서 회장이 될 경우 탈락한 학교 출신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추측도 제 3의 후보를 선택하게 만든 요인으로 풀이된다.

○ 재출마 않겠다는 공약의 효과

이번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 겨우 9개월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될 경우 유리한 입장이다. 그런데, 이연택 후보는 “한국체육이 선진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임기가 끝나면 후배 지도자들에게 깨끗이 넘겨주겠다”고 선언했다. 9개월 동안 올림픽과 체육계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본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체육회가 자율과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뒤에는 물러난다는 공약이 대의원들의 마음을 붙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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