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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건축]부숴버리겠다고? 119살 에펠탑을 뭘로 보고…

입력 | 2008-05-28 03:01:00


‘테이큰’

“에펠탑도 방해되면 부숴버릴 거야!”

6주간 관객 221만 명으로 흥행 중인 영화 ‘테이큰(Taken)’에 나온 대사입니다. 살짝 졸다 이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여행 중 인신매매단에 납치된 딸을 구하러 파리에 온 미국인 브라이언(리엄 니슨). 딸을 납치한 조직의 범죄자들을 냉혹하게 죽이면서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듭니다. “맘은 알겠지만 남의 나라에서 함부로 굴지 말라”고 충고하는 프랑스 경찰에게 버럭 내지른 대답이 바로 에펠탑을 부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에펠탑은 사람 혼자 ‘부숴버릴’ 수 있는 호락호락한 구조물이 아닙니다. 에펠탑은 1889년 만국박람회 기념물로 세워졌습니다.

도면은 5300여 장으로 모두 잇댄 면적이 1292m²에 이릅니다. 사용된 자재 1만5000여 개의 무게는 약 8000t, 이들 자재를 조립하는 데 쓰인 리벳은 250만 개가 넘습니다. 250명의 인부가 2년 동안 매달려 쌓아올렸죠. 전대미문의 거대한 조립공사였습니다.

원래 20년 동안만 세워놓은 뒤 해체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집 위로 무너질지 모른다”며 국가에 소송을 제기했던 시민들은 완공 즉시 이 탑의 팬이 됐습니다. 시속 200km 이상의 강풍을 견디고 선 지 어느덧 119년.

최근 열린 120주년 기념 공모전에서 프랑스 건축가 다비드 세레로는 3층 전망대 면적을 589m²로 넓히는 계획안을 내놓았습니다.

272m 상공 3층 전망대의 현재 면적은 240m². 세레로는 여기에 탄소섬유(카본) 소재 구조물을 덧붙여 시간당 1700여 명의 관람객을 받아도 에펠탑이 끄떡없다고 계산한 것입니다. 한 사람당 몸무게를 60kg씩만 쳐도 관람객 무게만 100t이 넘습니다.

이 튼튼한 에펠탑을 한 사람이 부수는 영화가 오래전에 만들어진 적이 있긴 합니다. 1980년 한 남자가 에펠탑에 갇힌 연인을 구해내면서 3층 전망대를 박살내고 핵폭탄이 장치된 엘리베이터를 대기권 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슈퍼맨’입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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