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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79년 산악인 고상돈 사망

입력 | 2008-05-29 03:00:00


‘에베레스트와 5월 29일’은 두 산악인을 생각나게 한다.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는 1953년 5월 29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사상 최초로 등정했다.

1977년 한국 산악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고상돈(1948∼1979)은 1979년 5월 29일 북미대륙 최고봉인 매킨리봉(6194m) 등정 직후 하산하다 빙벽에서 추락해 숨을 거뒀다.

힐러리는 89세까지 장수하며 온갖 명예를 누렸건만, 고상돈은 31세로 짧은 삶을 마감했기에 안타까움이 크다.

힐러리는 자신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네팔과 셰르파 부족을 위해 현지에 진료소와 학교를 설립했고 1985년부터 4년간은 인도 주재 뉴질랜드 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힐러리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뉴질랜드 5달러짜리 지폐에 얼굴을 올리는 영광도 누렸다.

고상돈은 제주 한라산 기슭에서 태어나, 산에서 살다 산에서 삶을 마감함으로써 한국 산악계의 전설이 되었다.

“여기는 정상. 더는 오를 곳이 없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무전기를 통해 베이스캠프에 날아든 흥분과 감격에 찬 고상돈의 육성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고상돈의 불굴의 정신은 후배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박영석(45) 엄홍길(48) 씨 등 세계적인 산악인이 한국인의 기개를 전 세계에 떨쳤다.

한국 여성 산악인들의 성취도 남자들 못지않다. 오은선(42) 씨는 2004년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 정상에 서면서 국내 여성 산악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했다. 4년 후인 2008년 5월 23일 김영미(28) 씨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서며 한국 여성 산악인으로는 두 번째로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성공했다.

“뛰어난 사람만 인생을 잘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다. 진정 무언가를 원한다면 온 마음을 다해야 한다.”

힐러리가 한 이 말은 산악인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안영식 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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