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러브, 마이 달링(Oh My Love, My Darling)∼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 음악이 흐르고 도예가 몰리(데미 무어) 등 뒤로 그의 연인 샘(페트릭 스웨이지)이 다가온다. 함께 물레를 돌리며 둘만의 도자기를 빚어내는 순간! 물레의 회전속도가 맞아떨어지고 몰리와 유령 샘의 마음도 척척 들어맞는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은 지금까지도 도자기 빚는 장면이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지금 경기도 이천에 가면 기억에 남을 만한 나만의 도자기 영화를 찍을 수 있다. 6월 1일까지 추억을 만들러 아이들·친구 손을 잡고 경기 이천 설봉공원으로 향해보자.
○ 즐거움 가득한 도자 체험
이제부터 흙을 줄 테니, 두 손으로 열심히 밀어야 해.”
아이들은 도예가 할아버지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 조심스럽게 흙을 손에 대고 열심히 밀기 시작한다. 점토가 밀다가 넓적해지면 세로로 다시 잡고 밀어야 한다. 손바닥에 체중을 얹고 손목의 반동을 이용해, 끌어당기듯 미는 게 중요하다.
물렁물렁한 흙을 만지자마자 아이들은 손을 떼지 못하고 웃음도 그치지 못한다. 특히 꼬마 관람객들은 흙을 밟기도 하고 밀기도 하는 등 직접 해보는 작업들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도예가도 “이 중에 꼭 미래의 장인이 있을 것”이라고 설레 한다. 체험 행사장은 이천도자기 축제 프로그램 중에서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설봉 공원에 들어서면 도자기 축제 공식 마스코트인 커다란 ‘토야’ 앞으로 관객들이 전통 도예가의 시범에 맞춰, 따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먼저 거친 흙을 모래나 불순물로부터 분리하는 ‘수비’ 작업을 할 수 있다. 물놀이도 아닌데 물을 직접 흘려야 해서, 아이들이 제일 신나게 참여한다. 채로 흙을 걸러내서 고운 입자만 남기는 작업이다. 이렇게 마련된 흙은 공기 입자가 촘촘해지도록 밟고 밀어야 한다. 신발을 벗고 직접 밟아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프링 침대 위에라도 올라가 노는 듯 열의를 다해 흙을 밟는다.
이 작업이 끝나면 대망의 ‘물레 성형’ 이 기다리고 있다. 물레 중앙이 회전하면서 근사하게 도자기가 빚어진다.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팔꿈치를 무릎 위에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나선형으로 비틀리거나 중심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물레 성형은 마스코트 토야가 있는 행사장에서 왼편으로 5분 정도 걸어가서 해야 된다. 문양을 그리는 작업 또한 전문 도예가가 옆에서 세심하게 도와준다. 특히 아이들이 무슨 문양을 그릴지 망설이고 있을 때 도예가가 먼저 손수 그려주기도 한다.
물레를 돌리고 문양을 그리는 행사장에는 삼삼오오 몰려있는 외국인 관람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도자기 위에 소나무, 산새를 촘촘히 그려 넣는 등 동양 색채를 느끼려는 손동작이 세밀하다.
○ 한국전통도예 중심도시, 이천
미스 포트 양이 강조하기를, ‘이천은 순수 장인들의 공간’이란다. 이천은 예로부터 도자기 가마가 밀집해 있는 한국전통도예의 중심도시다.
‘도자 영상 체험관’ 2층에 가면 3-4세 아이들 덩치보다 2배 이상 큰 동화책이 갖가지 도자 관련 상식을 전달한다. 동화 캐릭터 미스 포트 양이 출연해 친절하게 이천의 도자기를 설명한다. 이천 설봉산 주변은 도자기 주재료인 고령토와 장작을 때울 수 있는 가마가 충분하다는 얘기와 어떠한 장인들이 있었는지 알려준다. 특히 30년 이상 내공이 쌓인 이천의 도자기 명장 사진과 연락처는 모두 공개돼 있다.
도자기 장인들의 사진 앞에는 장인정신을 느껴보라는 의도로 깨진 도자기를 맞춰볼 수 있는 체험행사가 준비돼 있다. 도자기 조각 끝에 자석이 있어서 아이들은 퍼즐놀이를 하듯이 앞 다투어 조각을 이어 맞춘다.
○ 도자기만 있니? 부대행사 풍성
도자기 축제라고 도자기만 있는 게 아니다. 미리 일정을 짚어보고 가면 각종 공연과 놀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29일 목요일 오후 2시에는 난타와 사물놀이를, 31일 토요일에는 오후 12시 태껸과, 2시 7080 콘서트, 3시 봉산탈춤을 볼 수 있다. 31일, 6월 1일 양일간 파프리카 요리 시연회, 파프리카 비누 만들기 등 채소 행사도 열린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직접 새끼줄을 꼬는 작업도 해볼 수 있다. 옛날에는 메주를 걸어놓는 것처럼 새끼를 꼬아 그릇을 매달아놓았다. 행사장에도 각종 컵과 도자기가 새끼줄에 매달려있다. 그 옆으로는 직접 떡방아를 찧어 인절미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고, 주인아저씨의 허락을 얻어 직접 찧어볼 수도 있다. 웬만한 힘과 실력이 없으면 도전하지 않는 게 좋겠다. 떡 반죽을 망치는 수가 있다. 떡집 맞은편에서는 아시아권 도예가들의 작품전시를 관람하고, 거리 예술가들의 섬세한 손놀림으로 초상화도 그릴 수 있다.
주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까지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이천=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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