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반지의 제왕’ 안정환(32·부산 아이파크)이 달라졌다. 21개월만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안정환의 모습은 눈에 띄게 변해 있었다.
31일 요르단과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홈경기를 앞두고 28일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 호텔에 대표팀 동료 24인과 함께 소집된 안정환은 시종 밝은 표정과 적극적인 태도로 단체 인터뷰에 응했다. 한마디 한마디에는 힘이 넘쳤고, 각오가 엿보였다.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어느새 대표팀 최고 선임자 위치에 놓인 안정환이다. 그는 새 출발선에 선 소감을 묻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면서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말보다는 몸으로 직접 보여주며 후배들을 이끌겠다”고 답했다.
안정환이 대표팀에서 뛴 기억은 2006년 8월 16일 대만과의 2007아시안컵 예선이 마지막이었다. 핌 베어벡 전 감독은 사임할 때까지 그를 다시 뽑지 않았고, 새로이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도 수원삼성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등 부침을 겪어온 안정환을 부르지 않았다.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이름은 늘 거론됐지만 최종명단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2년만의 복귀. 허 감독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그를 시즌 초부터 계속 주시했다. 기술과 골 결정력도 좋고, 팀의 기둥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안정환. 위치가 위치인 만큼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넘쳤다. “축구를 하며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 단, 5분을 뛰더라도 후배들과 팀에 보탬이 되는 선배로 남겠다.”
그의 말마따나 이날 오후 파주NFC로 이동해 열린 소집 첫 훈련에서 안정환의 모습은 계속 눈에 띄었다. 내셔널리그 고양 국민은행과 연습경기에 나선 그는 1쿼터 박주영과 호흡을 맞췄고, 2쿼터 좌우 윙포워드 박지성-설기현과 스리톱을 이뤘다. 볼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환의 플레이는 눈부셨다. 패스와 슈팅, 볼 터치까지 모든 게 안정돼 있었다.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뛰어났다.
안정환은 말한다. “내가 월드컵 본선에서 뛸 수 있든, 그렇지 않든 2010년까지는 현역을 이어가고 싶다. 그래도 태극마크는 정말 좋다. 최고참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힘겹긴 해도 최선을 다해 주어진 몫을 하겠다. 믿어도 좋다.”
파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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