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통합 추진으로 과학기술계가 크게 술렁이는 가운데 정부가 겉으로는 ‘자율 통합’을 내세우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지 않아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창경 청와대 대통령실 과학비서관은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출연연구원들이 비효율적이며 일정한 규모(critical mass)로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출연연이 대학과 연계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KAIST와 생명공학연구원의 통합 논의와 관련해 ‘통합’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일정한 규모’는 연구원 500명 이상, 연구 예산 2000억원 이상을 뜻한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두 기관의 통합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방향을 갖고 유도하는 것은 없으며 두 기관이 국가경쟁력을 위해 좋은 모델을 만들면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며 두 기관의 통합을 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또 그는 최근 통합 논의가 일고 있는 극지연구소, 국가핵융합연구소, 수리과학연구소의 연구소장과 만나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연연 통합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구체적인 계획안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출연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구체적인 통합안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출연연에서는 청와대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속으로는 통합을 독려하면서 겉으로만 ‘자율’을 내세우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통합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생명연의 한 관계자는 “정말 자율적인 통합을 추구한다면 우리 연구소에서 ‘아니다’라고 한 이상 안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규모를 따져도 바이오 인력을 놓고 보면 생명연이 KAIST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며 “청와대에 15분만이라도 만나달라고 사정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다른 출연연 관계자도 “교과부 등에서 여러 가지로 통합에 대해 압력을 넣고 있는 걸 듣고 있는데 자발적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국력만 낭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생명연 관계자는 “통합 논의로 시끄러워지면서 연구원들이 연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