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신화에서 소는 신이 가장 먼저 창조한 동물이다. 페르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토기도 소 모양을 본뜬 것이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에서 선보이는 흑소 모양의 주자(기원전 1200년∼기원전 1000년).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선-악의 신, 태초부터 격렬한 대립
28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은하문화학교 ‘페르시아 및 이슬람 문화의 이해’의 주제는 ‘페르시아의 신화’.
강사로 나선 최혜영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페르시아의 창조신화를 성서, 우리나라의 신화와 비교하며 소개했다.
페르시아의 창조신화는 이렇다. 페르시아의 신은 달, 해, 바다, 땅, 식물, 동물, 인간, 불을 차례로 창조했다. 최초의 동물은 달처럼 밝고 흰 황소였다. 악의 신 앙그라 마이뉴(아리만)가 깨어나 황소를 공격해 죽인다. 앙그라 마이뉴는 최초의 인간 기요마르트도 공격해 죽인다. 기요마르트의 사지에서 황금이 나온다. 황금은 40년간 땅의 보호를 받는다.
이 황금으로부터 부부가 태어나고 부부는 몸을 씻으며 아후라 마즈다가 세상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곧 타락해 앙그라 마이뉴가 창조주라고 말하고 양과 암소를 죽인다. 이후 이들이 결합해 쌍둥이 아들과 딸을 출산했지만 너무 사랑한 나머지 먹어버린다. 훗날 다시 쌍둥이 아들과 딸을 낳는데 이들이 페르시아인의 원류다.
페르시아 신화에서 아후라 마즈다는 선의 신이고 앙그라 마이뉴는 악의 신이다. 최 교수는 “성서의 창세기에서는 아담이 사과를 따먹으면서 악이 등장하지만 페르시아 신화에는 처음부터 선의 신과 대적하는 악의 신이 존재하는 선과 악의 이원론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페르시아 신화에는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신화와 달리 신의 형상이 분명하지 않고 그리 많지도 않다. 강과 다산의 여신인 아나히타, 바람의 신 바유, 불의 신 아타르, 풍작의 신 하오마가 있다. 최 교수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인들은 신보다는 바람, 강, 산 자체를 숭배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아후라 마즈다의 오른팔인 미트라 신은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 미트라 신을 숭배하는 비밀집회가 열렸을 정도. 미트라는 전쟁의 신이다. 사산조 페르시아가 강성하던 시기 로마 군인들을 통해 미트라 신이 유럽에 전래됐다.
최 교수는 “미트라는 12월 25일에 태어나 무화과나무로 만든 옷을 입고 인류 멸종의 위기 때 배를 만들어 인간을 보호하는 등 기독교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기독교가 없었으면 미트라교가 세계를 지배했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페르시아의 전성기였던 아케메네스 왕조 키루스 대왕의 탄생 설화도 소개했다. 메디아 왕국의 공주였던 키루스 대왕의 어머니는 어느 날 자신의 소변이 온 나라를 휩쓰는 꿈을 꾼다. 최 교수는 “신라 태종무열왕(김춘추)의 처형도 같은 꿈을 꿨다고 전해졌다”며 “페르시아의 신화는 우리 신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관람객을 대상으로 관람 후기를 받는다. 7월 30일까지 박물관 블로그를 통해 응모할 수 있으며 매주 1편을 선정해 박물관 내 문화상품점에서 사용 가능한 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수상작은 동아일보와 박물관신문에 소개된다. 박물관 블로그 blog.daum.net/museumlove, blog.naver.com/museumlove, town.cyworld.com/museum, 02-2077-9325
전시는 8월 31일까지.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수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일요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월요일 휴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02-793-2080,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