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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21개월 만의 태극마크 안정환

입력 | 2008-05-30 03:02:00

백의종군’의 각오로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안정환. 그는 “말보다 몸을 앞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파주=양종구 기자


욕심버리고 초심으로 돌아와

수비가담 등 팀플레이 위주로

단 5분 뛰더라도 최선 다할것

2010년까지 선수로 ‘유종의 미’

버리면 얻는다고 했다. ‘반지의 제왕’이 그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골든 골’로 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특급 스트라이커 안정환(32·부산 아이파크). 모든 욕심을 버리고 축구에만 매달리자 태극마크가 따라왔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안정환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서서히 하향세를 탔다. 지난해 유럽에서 수원 삼성으로 돌아와 국내 리그를 뛰었지만 2군 리그를 전전했다.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어떻게 쌓은 명성인데…. 그래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부산으로 돌아갔다.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대표팀 시절부터 큰형처럼 따른 황선홍 부산 감독이라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황 감독은 ‘축구에 흥미를 잃은’ 안정환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골 등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팀플레이에 치중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사실 팀 성적은 좋지 않다. 정규리그 맨 꼴찌인 14위. 하지만 안정환은 빛났다. 3골로 득점력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팀플레이를 앞세운 플레이와 수비 가담 등에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몸놀림이 좋아졌고 특히 후배들을 리드하는 모습이 좋았다”며 안정환을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에 선발했다.

“대표팀 복귀는 기대하지 않았다. 사실 대표팀에 들어와서도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단 5분을 뛰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말보다 몸을 앞세우겠다’고 한 안정환의 의지는 28일 국민은행과의 연습경기, 29일 훈련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공격수임에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고 플레이 중 후배들을 격려하고 독려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욕심을 버린 안정환은 유독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2010년까지 선수 생활은 할 겁니다. 하지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뛴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월드컵 욕심까지 버린 것일까. 안정환은 “2010년에도 내가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모를까”란 단서를 달았다. 마음은 비웠지만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안정환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이탈리아에서 뛸 때 좀 더 축구에 까졌다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됐을지도 모른다”라고 회상했다. ‘까졌다’는 뜻이 뭐냐고 묻자 “자신 있게 나서는 것. 난 그때 진짜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말했다. “겁 없이 나서야 유럽에서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