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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프로농구 우승 이끈 전창진-임달식 감독의 ‘골프 예찬’

입력 | 2008-05-31 02:52:00


전창진 “혼자 결정하고 욕심 금물… 농구와 비슷”

임달식 “오랜 야인 생활 그린에서 ‘여유’ 찾게 돼”

《프로농구 동부 전창진(45) 감독과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임달식(44) 감독. 이들은 올 시즌 소속 리그에서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국내 남녀 프로농구를 휩쓴 통합 챔피언 사령탑이다. 고려대 1년 선후배인 전 감독과 임 감독은 농구인 골프 고수로도 유명하다. 평소 바쁜 스케줄 때문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들이 처음으로 동반 라운드를 했다. 이색 필드 대결은 임 감독이 일본 전지훈련을 떠나기 하루 전인 24일 인천 스카이72GC 하늘 코스에서 열렸다.》

○ 클럽하우스

임 감독이 전 감독에게 “형, 우승 축하해요. 머리카락이 참 많이 세었네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전 감독도 “너도 팀 처음 맡아 바로 우승도 하고 잘했다”며 덕담을 했다.

이들의 골프 실력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임 감독은 1990년대 초반 은퇴 후 한국프로골프협회의 세미프로 자격증까지 땄다. 베스트스코어는 레이크사이드CC 동코스에서 기록한 67타. 구력 9년에 핸디캡 10의 전 감독은 최근 수원CC에서 78타를 쳤다고.

6개월이 넘는 시즌 동안 골프 클럽을 안 잡아서 시즌이 끝난 직후인 요즘이 스코어가 가장 나쁘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엄살’이었다.

“여름 지나 샷 감각이 살아날 만하면 다시 시즌이 시작된다.”

○ 그늘집

곱상한 얼굴로 현역 시절 ‘원조 얼짱’으로 불린 임 감독은 노란색 조끼와 선글라스로 멋을 냈다. 반면에 0.1t이 넘는 체구의 전 감독은 수수한 티셔츠에 편안한 면바지 차림.

대조적인 외모처럼 클럽 구성도 달랐다. 전 감독의 아이언은 1998년 출시된 캘러웨이 ‘X-12’에 우드는 1994년 나온 캘러웨이 ‘워 버드’였다. 임 감독은 최근에 나온 캘러웨이 단조 아이언인 ‘X 투어’.

그래도 1번홀에서 임 감독은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해저드에 빠져 더블보기를 했고 전 감독은 가볍게 파를 잡았다.

하지만 임 감독은 2번홀에서 까다로운 내리막 훅 라인의 6m 파퍼트를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감을 잡은 듯 ‘올림픽’이라는 5홀 연속 파를 하더니 전반을 40타로 마쳤다. 피칭웨지로 150야드를 가볍게 치는 전 감독은 300야드 가까운 장타를 치고도 100야드 이내의 쇼트게임이 흔들려 뒤땅을 칠 때가 많았다. “설거지가 잘 안 된다”고 농담을 한 전 감독은 강한 바닷바람에 시달리며 85타로 라운드를 마쳤다. 임 감독은 후반에도 40타를 치며 80타로 마감.

전 감독은 “내가 현역 때 임 감독보다 슈팅이 약해서 골프 스코어도 그런가 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19번홀

서울 마포의 한 포장마차 횟집으로 자리를 옮긴 임 감독은 전 감독에게 짓궂게 맥주를 권했다. “형 한 잔은 해야죠.” 보리밭에만 가도 취할 정도로 술을 전혀 못하는 전 감독은 건배를 한 뒤 맥주에 슬쩍 입만 댔다.

전 감독과 임 감독은 20대 후반에 일찌감치 코트를 떠나 오랜 야인생활을 했다.

전 감독은 삼성 농구단 주무로 선수들 뒷바라지를 하다 프런트 직원으로 근무했다. 임 감독은 현대농구단에서 구타사건에 휘말린 뒤 은퇴 후 한정식집을 경영했다.

둘 다 뒤늦게 지도자로서 농구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것.

전 감독은 “골프와 농구 감독은 비슷하다. 최종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고 그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 하지만 주위의 조언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스 샷을 한 뒤 욕심을 내 무리하면 더 큰 화를 부르는 것도 농구와 똑같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골프에 매달리며 5년 가까이 외도를 했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배웠고 여유를 찾게 됐다. 농구 감독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골프 예찬론을 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