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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누가 역사의 승자…”정사가 외면한 비주류 이야기

입력 | 2008-05-31 02:52:00


◇한국사의 아웃사이더/이이화 지음/360쪽·1만3000원·김영사

◇잡인열전/이수광 지음/316쪽·1만2000원·바우하우스

우리가 아는 역사는 주로 주류의 역사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거나 시대에 저항한 인물들, 양반 아닌 평민의 역사는 많이 기록되지 못했고 잘 알지 못한다.

기록되지 못한 비주류의 역사 이야기를 인물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 잇따라 나왔다.

‘한국사의 아웃사이더’는 역사가 이이화 씨가 한반도 밖에서 걸출한 활약을 벌였으나 잊혀진 인물들, 시대에 맞서 변혁을 꿈꿨으나 역적으로만 기억된 사람들, 신분 사회의 한계를 딛고 과학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이들 30명을 재조명한 인물 열전이다.

이 중엔 왕인, 장보고, 신돈, 홍경래, 허준 등 유명한 인물도 포함돼 있고,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도 있다.

고구려 유민으로 서역을 개척한 고선지(?∼755)도 그런 인물이다. 당나라 절도사 자리에 오른 그는 다양한 지략으로 서역 땅 가는 실크로드를 개척했다. 당나라의 국익에 공헌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반도와 일본의 동서교류에까지 이바지한 것이다. 저자는 오랑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면서도 특유의 아량과 지혜로 오히려 무지한 상대를 감복시킨 고선지의 면모를 부각시킨다.

조선 중기의 역신으로만 알려진 정여립(1546∼1589)을, 임금을 백성의 의지로 바꿀 수 있다며 민권을 중심 사상에 두고 통치술을 주장한 최초의 공화주의자라고 평하고 19세기 진천 진주 문경 등지에서 봉기를 일으킨 몰락 양반 출신의 이필제(1826∼1871)에게서 사대질서에 반기를 든 자주 정신을 찾는다.

‘잡인열전’은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평민, 그들 가운데서도 유별나고 특별하게 살았던 ‘잡인’ 24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본받아야 할 위인들은 아니지만 당시 저잣거리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등 역사서를 집필해 온 저자는 ‘어우야담’ ‘역옹패설’ 등 야사 기록을 뒤졌다.

우의정에 이른 문신 원인손(1721∼1774). 그의 젊은 시절은 놀랍게도 한양 거리의 투전꾼들이 우러러 볼 정도의 ‘신의 손’이었다. 원인손은 투전판에서 돈을 잃고 싸우다 죽는 중인의 모습을 보고 학문에 전념한다.

조선 중종 때 세 번 개가하며 난봉녀로 기록된 김씨 부인, 조선 시대 100여 번이나 대리시험을 본 유광억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