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매연과 폭력적 소음으로 오염된 대도시 한복판입니다. 어느 날, 그 길거리에 키가 훌쩍 큰 소나무 몇 그루가 심어졌습니다. 심고 나서 한 달쯤 지나자, 나뭇가지들은 축 늘어졌고 잎사귀들은 메말라 갔습니다.
기진맥진한 상태인 그 소나무들의 고향은 원래 강원도 태백산맥 속에 숨어있는 산골 마을이었습니다. 그 마을 들머리에 자생하여 수백 년 동안 가지를 뻗으며 건강하게 살아왔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삽과 괭이로 무장한 인부들이 나타나 뿌리를 자르더니 무작정 트럭에 실었습니다. 몇 시간의 고통스러운 여행 끝에 이곳 대도시로 실려 와서 우격다짐으로 다시 심어졌습니다.
모든 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잎에 닿는 공기는 매캐하였고, 뿌리에 닿는 흙과 물은 유령처럼 낯설고 무서웠습니다. 이 몽매한 도시 한복판에서 새로운 잎을 피우고 가지를 뻗을 열정과 기백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습니다.
소나무들이 거의 죽어갈 무렵이었습니다. 정녕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변이 그 소나무들에서 일어났습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던 행인들이 어느 날, 높다란 가지 위에 붉은 갈색을 띤 한 쌍의 소쩍새가 날아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한 달이 흘러가도 소쩍새는 소나무를 떠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나무 구멍에다 알을 낳아 품기 시작했습니다. 출퇴근길의 사람들은 소나무 위의 소쩍새를 구경하느라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은 새끼를 쳐서 그 광경을 보려고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더욱더 신기한 것은 한 쌍의 소쩍새가 날아와 밤마다 그 특유의 울음소리를 토해내면서 전혀 회생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소나무들의 가지와 잎사귀들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푸른빛이 온 도시에 퍼질 날도 머지않아 보였습니다. 놀랍고 신기했던 사람들은 부랴부랴 주변 지역을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매연과 소음을 삼엄하게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소쩍새는 알을 품어 부화시켰고, 주변에서 곤충을 물어다 새끼들을 키웠습니다. 애당초 그 소나무를 뽑아서 이곳에다 심었던 인부 중 한 사람은 이제 그 소나무 아래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해설원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이 소나무를 캘 당시 나무 위에는 소쩍새 한 쌍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무를 빼앗긴 소쩍새가 트럭을 사뭇 뒤따라오다가 지쳐서 포기하는 것을 제가 직접 목격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소쩍새는 그 먼 곳에서 몇 개월에 걸쳐 헤매던 끝에 자신들이 둥지를 틀었던 거처를 찾아내 나무와 함께 생명회생과 부활을 같이한 것입니다.
작가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