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호박을 참 좋아해요. 어렸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호박의 참맛을 알겠더라고요. 특히 단호박을 좋아해서 시장에 가면 꼭 하나씩은 사야 맘이 놓이죠. 그렇게 호박만 보면 사다보니 언제부턴가 남편 역시 호박만 보면 “아이고, 저기 처제 있네, 처형도 계시고!”라며 놀리곤 했죠. 그럼 저도 질세라 “그럼 당신 처가는 호박밭이네!”하고 응수하죠.
겉으로 보기엔 볼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어떤 과일도 따라오기 힘든 달고 차진 맛을 지니고 있는 게 바로 호박이죠. 단호박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요. 탄수화물, 섬유질,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듬뿍 들어있어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좋은 영양식이죠. 단단함 속에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고, 텅 비어있는 듯해도 적절하게 차있고, 오래 고아야 비로소 드러내는 제대로 된 당도를 가지고 있는 게 또 호박인 것 같아요. 단호박엔 풍부한 비타민 A를 비롯해 식물성 섬유와 비타민 B₁.B₂.C 등이 균일하게 들어있어 감기를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이렇게 호박 예찬론자가 되고 보니 호박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 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이것도 만들어 보고 저것도 만들어 보다 개발한 요리 중의 하나가 바로 단호박 푸딩이에요. 만들기는 간편하지만 몇 가지 명심해야 할 게 있어요.
우선 푸딩은 매끄러운 게 생명이라 호박 퓌레(갈아서 걸쭉하게 만든 것)에 달걀과 생크림을 넣을 때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그리고 오븐에서 구울 때 중탕으로 해야 찰랑거리고 맛있죠.
더 맛있으려면 캐러멜 소스를 끼얹어주세요. 달콤하면서 찰랑거리는 맛은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랍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호박과 아무리 먹어도 자꾸만 끌리는 푸딩이 만났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죠.
Clip! - 단호박 푸딩 레시피
재료:단호박 1/4개, 우유 250ml, 설탕 50g, 달걀 2개, 달걀 노른자 1개 분량, 생크림 50ml, 럼주 1큰술, 캐러멜 소스
1. 단호박은 반으로 갈라 씨를 털어내고 찐 뒤 껍질을 벗겨내 200g을 준비한다
2. ①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우유와 함께 믹서에 갈아서 퓌레 상태로 만들어 준다.
3. 볼에 준비한 달걀, 달걀 노른자, 설탕, 생크림, 럼주를 넣고 잘 섞어준다. 이 때 럼주의 양은 기호에 따라 적당히 가감한다.
4. ③에 ②를 조금씩 넣으면서 잘 섞어준 다음 체에 한번 걸러 준다.
5. 그릇에 반죽을 붓는다. 오븐에 구울 때 오븐 틀에 젖은 행주를 깔고 뜨거운 물을 반 정도 부운 다음 반죽을 올려놓고 중탕으로 찌듯이 구워준다.
6. ⑤를 140∼150도에서 20∼30분간 노릇해질 정도로 굽는다. 이 때 캐러멜 소스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이 혜 정
‘빅마마’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요리연구가
EBS ‘최고의 요리 비결’과 KBS1 ‘여성공감’에서
맛깔난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관련기사]예술 마블링 ‘침 꼴깍’ vs 살얼음 면발 ‘입 살살’
[관련기사]와인로또 진짜 대박…와인나라 1등 이월, 1000만원 상당
[관련기사]던킨도너츠 업계 첫 바리스타 대회 열어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