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내일로 출범 100일을 맞지만 국정 혼란이 해소될 기미가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22.9%(본보 여론조사)까지 떨어졌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어제 새벽에는 일부 시위대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해 경찰이 물포와 소화기까지 동원해 막아냈다. ‘쇠고기 파동’이 도화선이 됐지만 누적된 정부의 실정(失政)에 분노한 민심이 폭발한 탓이 크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 대통령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권력의 상층부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해야 한다. 그것이 5년 국정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책무다.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살피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직분에 충실하지 않았다면 선거 공신이든, 전문 관료 출신이든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저 즐기고 누리라고 그들을 새 정부의 요직에 앉힌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와 청와대 대통령실장 및 수석비서관들이 먼저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대통령이 국민에게 책임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순리다. 청와대 사람들이 뒤늦게 “민심 파악을 한다”며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다닌다지만 오히려 구차스럽다. 촛불시위가 처음 벌어진 게 지난달 2일이고, 그 자리에서 벌써 심상치 않은 구호들이 쏟아졌다. 청와대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가.
지금과 같은 진용으로는 설령 위기를 넘긴다고 해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쇠고기 파동은 고사하고 치솟는 유가(油價)와 물가 불안 앞에서 이렇다 할 민생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는 판에 무엇인들 제대로 하겠는가. 대통령이 들어야 할 직언(直言)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이들 무능력자와 도덕적 부적격자를 솎아내지 않으면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
야당도 ‘내각 총사퇴’ 같은 정치 공세를 펼 때가 아니다. 정권교체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내각 총사퇴로 야기될 국정 표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새 총리 임명에만 6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혼란을 부추기기보다는 수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