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정미(29·여) 씨는 평소 삼계탕을 자주 먹는다. 닭고기가 영양도 좋고, 먹으면 힘이 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이 있어도 강 씨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닭고기를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 건강검진에서 강 씨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
질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나와 걱정이다. 의사는 “보양식을 영양제로 알고 먹는 사람이 많다”며 “그러나 이를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뿐 아니라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면 ‘힘’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이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등 보양식을 찾는다.
보양식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거북탕과 불도장이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 일본 보양식으로는 장어가 있다. 보양식은 알고 먹어야 몸에 도움이 된다.
○ 여름엔 더위-땀 분비로 열량 소모 많아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더위와 늘어나는 활동량, 땀 분비 등으로 열량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위에 지친 나머지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많다. 이 경우 부족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몸 안에 저장돼 있는 글리코겐(포도당)이 사용된다. 글리코겐도 바닥이 나면 근육에 있는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여기에까지 이르면 대부분 피로감을 느끼고 더위에 허덕이게 된다.
탈수를 막기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지만 피로감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름에는 어느 정도 보양식을 먹어 단백질을 보충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삼계탕, 소화흡수 잘되고 단백질도 풍부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보양식인 삼계탕은 단백질이 풍부하다. 육질을 구성하는 섬유가 가늘고 연해 소화흡수도 잘된다. 메티오닌을 비롯한 필수아미노산이 많다. 날개 부위에는 성 기능을 증진하고 성장을 촉진하며 단백질이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뮤신 성분이 많다.
삼계탕은 인삼, 찹쌀, 밤, 대추 등을 넣어 조리하기 때문에 영양의 균형도 잘 맞춰져 있다. 그러나 한 그릇의 열량이 무려 1000Cal나 된다. 혈압, 콜레스테롤, 중성지질이 높은 사람이 이를 자주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보신탕은 단백질은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은 적은 보양식이다. 다른 육류보다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추어탕도 단백질이 풍부하다. 게다가 미꾸라지를 뼈까지 갈기 때문에 칼슘도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 주고 피부를 건강하게 해 주는 장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뱀이나 야생동물을 보양식으로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동물들에게는 대부분 기생충이 붙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 심혈관-신장질환 있으면 피해야
많은 의사가 “보양식은 비만식”이라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보양식은 열량이 높기 때문이다. 평소 영양상태가 좋은 사람이 보양식을 자주 먹으면 비만에 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기 쉽다.
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 간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는 사람은 가능하면 보양식을 피하도록 한다. 이런 경우 보양식은 원기를 충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
의사들은 현대를 영양 부족이 아닌, 영양 과잉의 시대로 규정한다. 보양식을 먹는 횟수를 줄이고 야채, 과일을 자주 먹는 것이 더 몸에 좋다. 결국 보양식도 적절히 먹을 때에만 몸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도움말=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