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기막힌 발견/스티븐 후안 지음/네모북스
《“도벽증(kleptomania)은 개인적인 필요나 금전적인 가치가 없는 물건을 훔치려는 충동을 억제하는 데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상태를 뜻한다. 도벽증 환자의 뇌 속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도벽증에 대한 관심만큼 복잡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도벽증 환자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면 훔치고 싶은 충동이 거의 대부분 사라진다는 것이다.”》
뇌의 병이 도벽 중독 폭식을 부른다
책 서문에 언급된 것처럼 인간의 뇌기능과 신체의 관계는 알면 알수록 놀랍다. 현대 과학의 활발한 연구로 이전 세기에 알던 것보다 훨씬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뇌에 대한 전체 그림이 퍼즐의 새로운 조각을 발견하듯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원제가 ‘Odd Brain’인 이 책은 기기묘묘한 뇌의 흥미진진한 발견을 퍼즐처럼 구성한다. 뇌 자체가 색다르다는 의미보다는 뇌에 대한 그간의 발견 가운데 기막히고 신기한 역사적 사건과 연구, 실제 사례 등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호주 시드니대 교수인 저자는 상당히 ‘인기 있는’ 작가. 폭넓은 지식과 적절한 유머로 신문 방송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한다. 이 책 역시 뇌 과학에 대한 지식정보를 교과서처럼 전달하기보단 흥미 있는 질문과 그와 연관된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독자들은 인간 정신과 행동의 과학적 탐구에 대한 호기심을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다.
‘뇌의 기막힌 발견’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첫 부분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의 뇌, 영화 ‘레인맨’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서번트 증후군’ 등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두 번째 부분은 강박장애 도벽증 정신분열증 자살심리 사회공포증 등 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들을 다뤘다. 마지막은 중독이나 폭식 공포 최면 등 일반적인 정신현상을 소개한다. 이 모든 마음의 문제들은 인간의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괴하고 이해 못할 행동들 역시 뇌의 병임을 저자는 끈기 있게 설명한다.
풍부한 사례, 흥미로운 주제를 따라 이어지는 인상적인 삽화, 교과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백과사전류 정보를 접하는 재미는 매우 크다.
이 책이 특히 돋보이는 점은 심오한 뇌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저자의 능력이다. 사실 뇌에 대한 호기심이나 정신병리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이를 알아듣게 설명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반인이 두꺼운 행동과학 교과서를 읽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무엇보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최근 정신심리학 관련 책들을 살펴보면 너무 한쪽으로 몰려 있는 경향이 크다. 마음을 다스리는 게 꼭 종교적인 일은 아닐진대 경전 논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듯한 내용이 너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뇌 과학은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볼 단초를 제공한다. 뇌와 신체의 작용을 들여다봄으로써 인간의 감정도 육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하나의 작용일 뿐임을 깨닫는 순간, 당신의 그 주체할 수 없던 감정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태용 서울보훈병원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