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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이대실]질병은 바이오산업 발달 이끈다

입력 | 2008-06-02 03:01:00


최근 생물 관련 현안들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RNA바이러스에 의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만연이다. 정부는 예방 차원에서 가금류 약 700만 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그 많은 닭과 오리도 그렇고, 이를 키운 농민의 아픈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그렇지만 RNA바이러스를 무서워할 것은 없다. 숙주가 교체되지도 않고, RNA는 쉽게 분해되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RNA는 매우 다루기 어려운 생체 고분자다. 열이나 체액 등에 쉽게 분해되어서다. 그래서 RNA를 다루는 실험실은 깨끗이 청소하고 우주인처럼 입과 손, 그리고 온몸을 감싼 채 실험에 임한다. 모든 용기는 새것으로 사용하면서 멸균처리를 한 것만 쓴다. 인체의 땀이나 침, 공기 중 미생물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조심해도 온전한 RNA를 분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재미있게도 RNA실험실은 동양인 과학자들의 몫이다. 서양인의 피부에서는 극미량의 RNA 분해효소가 배출돼 실험을 망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RNA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난리를 친다. 우리 몸의 세포공장을 작동시켜 자체 RNA바이러스를 복제하고 증식해 질병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RNA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주변에 산재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유발 바이러스와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 등이 있다. 인간은 결코 바이러스나 병원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항상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AI바이러스는 닭과 오리 등에만 옮긴다. 사람은 거의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바이러스의 숙주가 교차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AI로부터 안전하다. 하지만 AI바이러스에 변이가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독감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계에서는 20∼30년마다 찾아오는 치명적 독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독감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사람뿐 아니라 조류에도 적용돼 안전한 식소재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자연 질병은 위기이지만 바이오산업계로서는 기회인 셈이다.

바이러스뿐 아니라 수많은 병원균 유래 감염질병도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또 유전 질환과 노화 관련 질환, 그리고 외부 유해물질 유입에 따른 질환도 무시할 수 없다. 그 하나가 광우병이다. 요즘 연일 수입 쇠고기에서 유래되는 인간광우병 우려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실 과학계는 광우병 원인물질로 프리온(prion)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온은 자체 증식을 못하기 때문에 광우병의 충분한 발병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 즉 프리온과 다른 발병요인이 작용해 발병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과학계는 사전진단이나 예방, 그리고 치료방안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굵직한 바이오 관련 현안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서 시작해 유전자변형식품(GMO), 바이오에너지, 적조현상, 태안반도의 원유 유출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기술선진국에서는 21세기 바이오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연구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 유전체정보뿐만 아니라 1000여 종의 생물 유전체정보를 해독하고 21세기 바이오기술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분야의 투자와 전문 인력은 미국의 1%, 일본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에 따른 천수답 대처능력으로 많은 인명과 경제적인 손실이 야기될 수도 있다. 바이오산업과 의약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인 용기와 지혜를 촉구한다.

이대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