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득이 될 줄은 몰랐어요.” 지난 3년은 그녀에게 참고, 포기하고, 분노하고 때론 스스로 탓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시간이었다. 김소연이 돌아왔다. 복귀작은 6월16일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식객’(극본 최완규·연출 최종수). “인터뷰도 3년 만”이라며 마주 앉은 그녀의 표정에서는 다양한 감정이 읽혔다.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의욕과 ‘어떻게 봐줄까’란 두려움이 수시로 눈빛 속에서 오버랩됐다. 김소연은 2005년 드라마 ‘가을소나기’ 이후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그러다가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하며 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김소연은 인터뷰에서 그녀가 “독 같았던 시간”이라고 표현한 지난 세월과 “눈 떠보니 패셔니스타가 된” 그 때 그 사건, 그리고 “사는 게 비로소 사는 것 같음”을 느끼게 해주는 ‘식객’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이젠 끝난 걸까. 그건 속단이었다.”
- 공백기를 거치면서 배우 김소연이 얻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다 잃은 줄 알았는데 다 얻었고, 독인 줄 알았는데 득이 됐다. 김소연의 3년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그렇다.”
- 상실과 독으로 말한 당시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들려준다면.
“그만 둘 생각을 했었다. ‘연기를 이젠 그만 둬야하는 걸까.’ 아침에 눈뜨면 천장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준비도 했었다.”
- 준비? 연습 같은 것인가.
“중학교 3학년 때 데뷔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살고 있는 반경 수 킬로미터 밖의 세상은 몰랐다. 정신적 충격이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다. 부끄러운 고백인데 사람 많이 모인 곳에 연예인은 못 가는 줄 알았다. 버스 같은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도 처음엔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해보니까 좋았다. 나는 앞으로도 버스나 지하철을 자주 이용할 생각이다. 나를 알아본다는 것, 그것 뿐이다. 그게 감사한 일이란 것도 알게 됐다.”
- 이제 연기자라는 제 자리로 돌아왔다.
“바닥을 찍고 올라온 기분이다. 어떤 역할이 나한테 오기까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됐다. 소중함을 깨달은 거다. 연기자로서 나를 존재하게 하는 작품에 대한, 또 나를 믿고 지원해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다.”
○ “다음엔 뭘 입어야할지, 고민 많다.”
-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때 모습은 참으로 극적이었다.
“어느 순간 패셔니스타가 됐다.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게 처음이 아니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신기하다. 사실 그 의상을 안 입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다른 여배우가 탐낸다는 말에 냉큼 낚아챘다.”
- 그 의상이 배우 김소연을 한순간에 빛나게 한건 맞지 않을까.
“그때 깨달았다. 여배우는 연기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보여주는’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알았다.”
○ “연기할 수 있단 게 진정 행복하다.”
- 공교롭게도 드라마에서 매번 이뤄질 수 없는 사랑만 한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뤄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과거의 역할들은 그 사랑을 쟁취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경우가 많았다. 이번 드라마 ‘식객’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쟁취는 못하지만 악쓰지 않고 묵묵히 보내줄 수 있는 여인이란 점이다.”
-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데, 시청자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여자가 나이가 들다보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감정이 변하고. 눈빛도 달라지지 않을까. 애써 노력하기보다 자연스레 보여드리고 싶다. 의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이젠 안다.”
- 극중 연인인 권오중과는 과거에도 시트콤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권오중) 오빠는 유부남이 됐고, 나는 서른을 바라보게 됐다. 불과 얼마 전 같은데 말이다.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연인으로 출연했을 때 열아홉이었다. 딱 10년 만에 만났는데, 배우 권오중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여전히 열성적이었다.”
- 권오중과 김래원,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남자에 가까운가.
“권오중. 남편이자 아빠니까 피해가려고 지목한 게 절대 아니다. 나는 나를 웃게 해주는 남자가 좋다.”
- ‘식객’은 당신에게 어떤 작품인가.
“포기하려했던 나를 붙잡아준 은인이다.”
배우 김소연은?
1994년 배우 이정재, 김희선을 배출해낸 SBS 청소년 드라마 시리즈 ‘공룡선생’의 3기로 발탁돼 연기자로 데뷔. 그 때 나이 15살이었다. 4년 후인 1998년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김소연의 20대 초반은 화려했다. MBC ‘엄마야 누나야’ SBS ‘2004 인간시장’ 등 굵직한 TV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차며 차세대 톱스타로 차근차근 명성을 쌓았다. 2005년 한중합작영화 ‘칠검’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중화권 한류스타로서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쉼 없이 내달리던 10년, 그리고 3년이나 이어진 공백기. 김소연의 부활을 알리는 복귀 작은 6월16일 첫 전파를 타는 SBS 드라마 ‘식객’이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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