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치료법 우울증 119/이민수 지음·가림출판사
《“우울증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런 병에 걸리는 거야’ ‘스트레스만 없어지면 우울증도 사라질 거야’ ‘약은 먹어봤자 중독성과 부작용만 있지 치료 효과는 없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항우울제는 상당한 치료 효과를 지니고 있다. 우울증, 특히 심각한 우울증은 약물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은 뇌질환… 약물치료 당위성 알려줘
우울증이라는 말은 일반인에게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엔 건강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며 이를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늘고 있는 추세. 하지만 여전히 우울증을 의지가 약하거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의학적으로 우울증은 정도나 기간 등에 따라 여러 진단이 내려지고 양상도 다양하다. 일반인이 말하는 우울증도 그 여러 가지 가운데 특정한 진단이 내려지는 한 가지일 뿐이다. 이 때문에 우울증은 질환이 아닌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 문제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울증 치료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울증 치료에 경험이 풍부한 정신과 의사인 저자들은 지속적으로 우울증의 약물치료 및 유전적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온 이들. 이 책은 그 결과물을 통해 우울증과 관련된 여타 구체적인 지식 및 흥미로운 사실을 듬뿍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우울증 원인 가운데 생물학적인 요인의 작용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가계도 탐구를 통해 유전적 요인이 결정적인 자살 요인이었음을 제시한다. 우울증 역시 뇌에 생긴 병이다. 마음의 병이 아닌 신체적 생물학적 질환이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많은 유명인사의 사례를 보면 우울증이 의지박약의 문제도 아니다. 남들보다 의지가 강하고, 혜택받은 환경에서 성공적인 삶을 누린 인물들도 우울증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의지력이나 환경과 무관하게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우울증 치료에서 비중이 큰 약물치료에 대한 정보도 다양하게 제공해 정신치료 관련 약물에 대한 일반인의 뿌리 깊은 편견도 완화한다.
우울증이 얼마나 다양한 방면에서 생기는 병인지도 잘 설명한다. 소아기나 노년기, 임신 중에도 우울증은 생긴다. 기분부전장애나 양극성 장애로 인한 우울증, 생리 후 증후군, 가면우울증, 적응장애 등 증상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자신의 병이 우울증인지 모를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심도 있는 정보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높다.
한마디로 이 책은 우울증의 총서다. 쉽게 풀어나가되 의학적 질병인 우울증에 대한 최신정보와 지식을 깊이 있게 다룬다. 우울증은 신체와 정신 질환을 통틀어 가장 빈번히 나타나는 병 가운데 하나다. 이 병의 특성은 한번 걸리면 인간의 삶을 황폐화한다. 그러나 예방과 치료만 따르면 충분히 완치도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효과적인 정보와 대처 기회를 얻는다면 우리는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 행복한 삶에 훨씬 근접할 수 있다.
유승호 건국대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