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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종말? 빈곤의 종말? 제2의 녹색혁명에 달렸다

입력 | 2008-06-03 02:55:00


1950년대 1차 녹색 혁명 인구 급증 따른 기아 극복

물 비료 부족 - GMO 확대 반발로 대안 마련 한계 봉착

오늘 40개국 정상 식량안보회의서 생산력 확대 논의

식량위기가 확산되면서 ‘풍요의 시대’가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40여 국 정상은 3일 로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본부에서 열리는 식량안보정상회의에서 생산성 증가 등 새로운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 특집기사에서 1960년대 세계인을 기아의 위협에서 구해낸 ‘녹색 혁명’으로는 지금의 식량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며 ‘제2의 녹색혁명’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더욱 현명한 녹색 혁명’이 필요=FAO 식량생산 분과를 담당하는 시바지 팬디 씨는 “우리에겐 더 현명한 녹색혁명(a smarter green revolu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입 대비 농작물 산출효과가 높은 업그레이드된 제2의 녹색혁명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

1차 녹색혁명이 시작된 1950, 60년대는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던 기근의 시기였다. 그는 이 저서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주장으로 암울한 미래를 예고했다.

맬서스의 예언을 기우로 바꿔버린 것이 녹색 혁명이었다. 미국 농업학자인 노먼 볼로그는 △종자개량을 통한 농작물 산출량 증가 △관개시설 활용의 확대 △농약과 살충제의 사용으로 저개발국 식량생산의 혁명을 이끌었다.

1950년대부터 그의 권고를 받아들인 인도는 식량 자급자족을 이뤘다. 못 사는 나라가 식량위기를 견디다 못해 옛 소련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던 냉전 논리에 따라 미국은 저개발국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과 중산층의 급증으로 인한 식량 수요 팽창이 이런 상황을 어느 순간 바꿔버렸다. 반세기 남짓 누려오던 값싼 식량의 시대가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의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녹색혁명에 못지않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를 앞둔 국제사회의 견해다.

▽녹색혁명의 역설, 식량 위기 부른 녹색혁명=지금의 식량 위기는 역설적이지만 옛 녹색혁명의 엄청난 성공이 초래한 것이다. 녹색혁명으로 비약적인 식량생산이 이뤄지자 농업 생산성 개선 연구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줄어든 것. 농업개발 연구도 생산량 증가가 아닌 투입비용의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이로 인해 식량 생산성 증가는 연평균 2%(1970∼1990년)에서 1.1%(1991∼2007년)로 줄었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을 이끄는 레나트 바게 씨는 “현재의 식량위기가 바이오연료 수요 확산과 기상악화라는 다양한 요인에 따른 결과임을 인정하지만 결국 그 뿌리는 녹색혁명의 쇠퇴에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를 반전시킬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 1차 녹색혁명을 이끈 종자기술 개량, 관개시설 확대, 비료와 농약 사용은 그 한계에 도달했다.

종자개량은 유전자조작 문제가 끼어들면서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기후변화와 산업화의 확대로 물 자체가 희귀자원이 됐다. 여기에다 유가 상승으로 각종 비료 살충제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과거의 녹색혁명을 재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대안은 하나라고 강조한다. 물과 비료 등을 조금 사용하면서도 많은 산출량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농업생산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 이번 로마 식량안보정상회의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농업 생산량 증가에 근본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버트 지글러 국제쌀연구소 국장은 “농업생산성 개선을 위한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이미 10년 전에 시작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