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영어 말하기대회 중등부 대상 이건주양
《사단법인 세계예능교류협회 주최 제13회 ‘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중학생부 대상을 차지한 동덕여자중학교 1학년 이건주(사진) 양은 ‘영어 수다쟁이’다. 이 양은 “대회 준비를 20여 일밖에 하지 못했지만 불안하기 보다는 무대에서 내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흥분됐다”고 말했다. 이 양은 발음과 억양, 자신감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양은 초등학교 1∼3학년 때까지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하지만 이 양이 지금처럼 자유자재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 건 스스로 터득한 ‘말하기 공부원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이 양은 “듣기, 읽기, 말하기를 따로 생각하지 않고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연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영어로 말하는 게 모국어처럼 편하다는 이 양의 ‘말 잘하는 비결’을 들어보자.》
○ 읽기 + 말하기: 쓸모 있는 문장만 외워 말할 ‘거리’를 찾아라
많은 학생들이 ‘speaking’을 위해 무작정 회화책에 나온 문장들을 통째로 외운다. 그러다 보니 앵무새처럼 같은 대답만 반복하거나 회화책에 안 나오는 질문을 받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 양은 “평소 ‘쓸모 있는 문장’을 찾아 회화 노트에 적어 놓고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말이 자연스럽게 는다”고 말했다.
이 양은 시중에 나와 있는 천편일률적인 회화 책은 보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영어 소설책을 매일 2시간씩 꾸준히 읽으며 ‘쓸 수 있는 문장’을 모으는 데 주력한다. 이 양도 말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무작정 ‘크리스마스 캐럴’ 원서를 통째로 외웠다. 하지만 이 양은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없는 ‘죽은 문장’까지 외우는 건 시간 낭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양은 “이렇게 모아 둔 문장들을 실제 원어민과 대화하며 활용할 때마다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 듣기 + 말하기: CNN 들으며 다양한 발음과 억양 따라하기
제대로 들어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또 정확하게 말할 수 있으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다. 이 양은 영어의 발음과 억양, 각 단어가 갖는 독특한 강세까지 원어민처럼 똑같이 말하기 위해 매일 30분 동안 CNN 뉴스를 듣는다.
앵커의 정확한 발음과 억양은 영어의 ‘정석’이다.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의 영어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양이 꼽는 CNN의 장점이다. 이 양은 듣기를 할 때도 역시 귀와 입을 동시에 사용한다.
이 양은 처음엔 느린 속도로 들으며 천천히 따라 말한다. 어느 정도 발음과 억양이 귀에 익으면 속도를 점차 높인다. 이렇게 속도를 조절해 가며 3, 4번 듣기와 말하기를 반복하면 짧은 뉴스 기사들이 입에 익어 자연스럽게 말로 나온다. 이런 듣기 습관 때문에 이 양은 영어로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 읽기 + 듣기 + 말하기: ‘오디오북’으로 3가지를 한번에!
이 양의 책장은 영어 소설책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양의 책을 고르는 기준은 책에 딸린 ‘테이프’다. 이 양은 “원서는 한 번 읽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책을 읽어주는 테이프를 같이 이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양은 먼저 테이프를 2, 3번 들으며 책의 내용을 미리 짐작해보고 본격적으로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특히 주인공들 사이의 대화는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된 것처럼 발음과 억양까지 신경 쓰며 읽는다. 테이프와 똑같이 5, 6번 들으며 따라 읽다 보면 주인공이 했던 대사들이 입에서 술술 나오기 시작한다.
○ 말하기: 역할극과 토론으로 자신감 있게 말하자
영어로 말하기의 기본은 자신감이다. 정확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투박하더라도 또박또박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게 우선이다. 이 양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큰 목소리와 자신감’ 때문이었다.
이 양에게도 말하기는 ‘높은 벽’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영어로 자기소개도 쉽지 않았던 이 양은 우선 말문을 열기 위해 영화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이 양은 집에서 하루 종일 영화 비디오를 틀어놓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익히고 학교에 가서는 친구와 대본을 나눠 읽었다. 이 양은 “대본은 대화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친구와 한 줄씩 읽어나가다 보면 진짜 말하는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양은 어느 정도 말하기가 자연스러워지자 자신의 생각을 더 논리적이고 매끄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영어 토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원어민 강사가 지도하는 토론학원 두 곳을 다니면서 말하기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영어독서토론에서는 풍부한 어휘를 바탕으로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배운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또래들로 구성된 토론팀에서는 찬반을 나누어 실전대회처럼 말하기 실력을 겨룬다. 이 양은 “토론 연습을 할 때도 단상에 올라가 실전처럼 훈련하다 보니 어디에서든지 자신감 있게 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