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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풍어기 한숨짓는 연평도 르포

입력 | 2008-06-03 07:00:00


《‘황금어장’이 ‘황폐어장’으로 변하고 있는 인천 옹진군 연평도. 올해 꽃게 어획량이 예년에 비해 3∼4배 많아졌지만 고유가 행진에다 해양 생태계 변화로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 선단의 대규모 출몰로 신경이 곤두선 어민들의 조업 실태와 관광 어촌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대책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中어선 ‘싹쓸이 조업’에 황금어장 ‘황폐’

“최근 몇 년 사이 꽃게 씨가 말랐다가 올해 모처럼 꽃게 풍년이 들려고 하니 중국 어선들이 떼를 지어 나타나네요. 어종을 가리지 않고 싹쓸이를 해 가니 애간장이 녹아내립니다.”

해무가 옅게 깔린 지난달 30일 오전 5시 반경 북위 37도 36분 494초, 동경 125도 35분 206초의 연평도 서쪽 어장.

10t급 ‘선진1호’의 선장 김향태(47) 씨가 선원 3명과 함께 조업통제선 경계지역에 드리운 닻자망 그물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길이 200여 m, 바다 속 10m 깊이의 그물(한 틀)이 여러 칸으로 나눠져 있었고, 그물 한 칸씩 들어 올릴 때마다 꽃게가 듬성듬성 걸려 있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조업을 시작한 김 선장은 3시간여 만에 꽃게 100여 마리를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그는 “수온이 섭씨 17도이면 꽃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데, 요즘 15도이니까 한창 물이 오를 때”라며 “그렇지만 꽃게가 활발히 활동하는 밤새 중국 배들이 다 잡아 가니 우리 어민들은 낮에 나와서 뭘 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 연중무휴 싹쓸이

1990년대 말부터 서서히 연평어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중국 어선들은 요즘 낮엔 50∼60척, 밤엔 200∼300척씩 몰려들고 있다.

중국 배들은 북한 당국에 일정액(한 척당 1000만 원 안팎)의 조업료를 내고 북방한계선(NLL) 북쪽에서 활동하다 밤에 남쪽으로 슬며시 내려오고 있다.

올해 들어 불법조업을 하다 해군과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은 19척이고, 총 2300척가량이 NLL 북쪽으로 강제 퇴거됐다.

중국 어민들은 해저 밑바닥까지 훑어내는 저인망을 사용하고 있다. 꽃게뿐만 아니라 우럭 광어 병어 등 각종 어종의 치어까지 마구 포획해 가고 있는 것.

또 연평 어민들의 조업 기간은 4∼6월과 9∼12월의 일출∼일몰 시간이지만 중국 어민들은 연중무휴에다 야간조업을 하고 있다.

어민들은 “모든 조건이 불리한 데다 북한 경비정이 올해 여러 차례 NLL을 넘어오면서 군경의 통제가 강화돼 조업 구역을 조금도 벗어날 수 없게 됐다”며 단속 완화를 하소연하고 있다.

○ 속출하는 조업 포기

올 4, 5월 연평어장에서 잡힌 꽃게는 107t으로, 2004∼2007년 같은 기간의 28∼40t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꽃게가 많이 잡히자 거래가는 지난해의 kg당 3만∼4만 원보다 30%가량 싼 2만∼3만 원으로 내려갔다.

배 동력인 경유 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지난해보다 배나 올랐다.

이렇다 보니 어민들은 “고기를 잡을수록 손해여서 차라리 바다에 나가지 않겠다”며 조업을 포기하고 있다.

연평어장의 꽃게 전문잡이 어선은 몇 년 전 57척이었으나, 최근 40척으로 줄었다. 이 중 올해 10척이 조업을 하지 않고 쉬고 있다.

북한 해주 해역에서 마구 이뤄지는 바닷모래 채취 작업으로 연평해역의 해조류와 조개류가 급감하는 것도 큰 문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연평어장 안전조업은 제가 책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