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축구 스타일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축구팬들은 ‘파워’를 연상할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거친 몸싸움과 빠른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한 ‘힘의 축구’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 특히 폴란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대표하는 팀들은 파워 뿐만 아니라 끈끈한 조직력까지 갖춰 국가 대항전에서 종종 전통의 강호들을 격침시키는 이변을 일으키곤 한다.
오는 8일부터 30일까지 스위스-오스트리아 공동 개최로 열리는 UEFA 유로 2008에서도 역시 조용한 반란을 준비하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동유럽의 강호’ 체코.
체코는 ‘개최국’ 스위스를 비롯해 ‘우승후보’ 포르투갈, ‘투르크 전사’ 터키와 함께 A조에 편성돼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상된다. 카렐 브뤼크너 감독이 이끄는 체코는 유로 2008 예선 때부터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같은 조에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던 키프러스, 웨일스, 산마리노가 포함돼 있어 비교적 예선 통과가 쉽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독일과 아일랜드를 제치고 조 선두를 수성했다는 점에서 어느 누구도 체코의 전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 페트르 체흐 ‘체코의 골문은 내가 지킨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수문장 페트르 체흐가 버티고 있는 체코의 골문은 유난히 작아 보인다. 현대판 ‘야신’이라고 불릴 만큼 소속팀에서 신들린 선방을 선보인 체흐는 예선 12경기에서 5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슈퍼 세이브 능력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리더십으로 최후방의 지휘자 역할까지 담당하면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 바로시-콜레르-페니 ‘공격은 우리에게 맡겨’
체코의 공격진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는 ‘공격 3인방’ 밀란 바로시-얀 콜레르-마르틴 페닌. 현재 각국의 유럽리그가 막을 내린 시점에서 각 팀들의 스카우트들은 스페셜리스트를 찾기 위해 유럽 전역을 돌아 다니고 있다. 특히 이 3인방 중에서도 스카우트들의 표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선수는 마르틴 페닌. 21살의 약관인 페닌은 지난 해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 조국 체코를 결승전까지 이끌었고, 1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한 뒤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특급 혜성으로 급부상했다.
페닌과 함께 체코에 골을 선물할 공격수는 지난 대회 득점왕(5골)에 올랐던 밀란 바로시. 바로시는 4년 전 5골을 터뜨리며 유로 2004의 스타 대열에 합류했지만, 리그에서 인종차별적인 골 세레모니를 했다는 억측에 몰려 남은 경기를 뛰지 못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그간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워낙 출중했던 터라 대표팀에 발탁돼 실추된 명예 회복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장신 스트라이커’ 얀 콜레르가 체코 공격의 화룡정점을 찍어줄 공격수로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35살로 전성기를 훌쩍 뛰어 넘은 나이지만, 콜레르는 예선에서 무려 6골이나 터뜨리는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며 팀 공격에 파괴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헤딩슛은 여전히 위협적인 체코의 공격수단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자신의 마지막 커리어가 될 유로 2008에서 콜레르가 고공 폭격기의 모습으로 체코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