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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핀란드

입력 | 2008-06-04 03:01:00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를 쓴 리처드 루이스에 따르면 핀란드인은 마음이 따뜻하지만 고독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한다. 술자리에선 폭음을 즐기지만 낯가림이 심하고, 과장과 다변 대신 정확하고 짧은 어법을 구사하는 것은 소통을 원하면서도 내향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2일간이나 이어지는 극야의 겨울과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날씨가 그들을 말수는 적지만 우직하고 정직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3.3배이지만 인구는 500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기는 성장경쟁력지수에서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를 제치고 2003년부터 3년 연속 국가 경쟁력 1위를 기록한 나라다. 향후 높은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지수, 국가투명성, 문자 해독률 및 수학·과학 성취도가 세계 1위이고, 1인당 휴대전화 이용률, 인터넷 사용률도 1위다. 수질(水質)지수도 1위여서 수돗물도 그냥 마신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에 범죄율은 세계 최저다. 이 나라 사람들이 “핀란드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가장 좋은 운을 타고난 것”이라고 자랑할 만하다.

▷‘핀란드의 힘’을 가능케 한 비결은 교육에 있다. 학비 전액 무료를 내걸고 학교, 교사, 학생의 자율을 바탕으로 양성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나라를 끌고 가기 때문이다. “융통성이 없다”고 놀림을 받을 정도로 정직한 국민성도 사회통합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2003년 사상 첫 여성 총리였던 아넬리 예텐마이키는 총선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58일 만에 실각했고, 2000년 한 닷컴 재벌은 속도위반으로 50만 마르카(약 8700만 원)의 벌금을 냈다. 벌금을 소득에 비례해 부과하는 핀란드에서는 가진 사람들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어제부터 핀란드 국적기 핀에어(Finnair)가 인천∼헬싱키 직항 노선의 주5회 운항에 들어갔다. 내일은 마티 반하넨 총리가 역대 핀란드 총리 중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악조건에서도 강인한 에너지와 집념으로 세계적인 국가로 우뚝 선 핀란드의 정신은 폐허에서 출발해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된 우리와도 통한다. 핀란드가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