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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풍어기 한숨짓는 연평도 르포

입력 | 2008-06-04 05:59:00


굴 등 종패-치어 방류 연평 되살릴 ‘바다목장’ 조성

금어기를 제외한 5, 6개월간의 꽃게잡이만으로도 ‘1년 농사’를 다 짓던 시절, 인천 연평도에는 “개들도 입에 1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이 터질 때까지도 일본으로 꽃게 수출이 활발해 연평 어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했다. 배 값 원금을 1년 안에 회수했고 선장은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3, 4년 만에 집 한 채를 샀다고 한다.

연평도에서 이제 이런 얘기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됐다.

꽃게가 많이 잡히더라도 선박 기름 값이 너무 올랐고 꽃게 값도 물가상승률에 턱없이 밑돌아 ‘출어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탓에 연평도 거리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1968년 전성기인 조기 파시(波市)가 열릴 때만 해도 연평도 나루에는 수백 척의 고깃배 깃발이 휘날렸지만 이제 조업에 나서는 어선은 30∼40척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까지 다방 5개, 당구장 2개였지만 이제 1개씩으로 줄었다.

1시간에 5000원가량 받고 꽃게 잡이용 닻자망 그물 손질을 했던 주민들은 소득원이 끊기자 공공근로사업에 나서고 있다.

2006년부터 하루 일당 3만 원을 받고 겨울철 해안쓰레기 수거작업을 벌여 연료비와 전기료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주민 소득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연평어장 일대에서의 어족자원을 늘리기 위해 소규모 ‘바다목장화’ 사업이 올해부터 5년간 추진된다.

굴 전복 해삼 바지락 등의 종패와 꽃게 광어 우럭 민어 등의 치어를 대량 방류하게 된다. 이들이 알을 까고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는 인공어초도 대거 살포한다.

지난해 옹진군이 뿌려 놓은 바지락 종패는 다 자라 요즘 수확기에 접어들었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빠삐용 절벽, 조기 역사관, 얼굴바위 등을 활용한 관광어촌 활성화 사업도 본격화된다.

요즘 연평도에는 자연산 광어와 우럭이 많이 잡히고 있어 바다 낚시꾼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연평 나루의 수심이 얕아 하루 1회 왕복하는 쾌속여객선의 운항시간이 일정치 않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연평 나루 확대와 해안 준설을 위해 올해부터 총 303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앞으로 3년 이내에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여객선의 정시 입출항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현재 도서민에게만 적용되는 여객선 할인제도를 인천 시민 모두에게 확대하기로 했다. 인천에 사는 시민의 경우 운임의 50%만 내고 나머지는 시와 선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례가 이미 제정됐다.

4일 실무자 회의를 거치면 구체적인 시행 규칙을 만들어 이르면 9월부터 할인 혜택을 줄 계획이다.

할인제가 시행되면 쾌속선으로 2시간 거리인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이 최소 5∼6%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조윤길 옹진군수 ‘연평 자랑’

“오석 자갈밭… 빠삐용 절벽… 반할 겁니다”

“소연평도 오석해안의 티탄 자갈밭은 찜질효과가 뛰어나고, 대연평도의 빠삐용 절벽은 낙조 사진대회가 열릴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죠.”

조윤길(사진) 옹진군수는 백령도 출신이지만 연평도에 대한 애정이 깊다.

북한과의 거리가 3.4km에 불과해 극심한 어업 통제가 이뤄지고 중국 선단의 싹쓸이 조업으로 어민들의 생계가 점점 막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군수는 “연평도 수심은 평균 10∼14m여서 물고기가 산란하고 서식하기 좋은 황금어장”이라며 “그러나 남쪽 흑산도 밑에서 조기를 다 잡아가고, 북방한계선 북쪽에서는 중국 배가 꽃게를 싹쓸이하니 연평도에 어류가 몰려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평도에 어족자원을 늘리는 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바지락 종패를 연평도에 집중 살포했고, 올해부터 매년 10억 원씩 투입해 5년간 다양한 어패류 치어와 종패를 연안에 뿌리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

“북한과 한강에서 흘러나온 쓰레기가 연평도로 몰려듭니다. 2년 전부터 연평도에 해안쓰레기 수거 사업비를 집중 배정해 바다 정화를 겸한 주민 소득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 군수는 “남북 긴장관계가 완화되면 연평도 어장이 확대되고, 관광객도 많이 몰리는 남북 평화지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