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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영어 꼴찌

입력 | 2008-06-05 03:03:00


업무상 해외세미나에 자주 참석하는 50대 최모 씨. 영어를 잘 못하는 그가 버티는 비결이 궁금했다. “3S 전략입니다.” 3S란 잠자고(Sleep), 미소 짓고(Smile), 침묵(Silence)하는 것이다. 최 씨처럼 중고교 6년과 대학 4년 영어를 공부하고도 영어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만은 그런 시련을 주지 않으려고 조기유학이니 어학연수니 하며 영어교육에 다걸기(올인)한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영어 성적표가 참담하다. 국제 영어인증시험인 IELTS가 지난해 응시자가 많은 20개국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이민·직업용 시험에서 한국인은 19위를 기록했다. 유학용 시험 성적도 15위로 하위권이지만 일반인의 생활영어 실력은 그야말로 꼴찌 수준인 셈이다. 독해 능력은 괜찮을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읽기와 듣기는 18위에 그쳤고, 쓰기와 말하기는 19위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국민이 영어 사교육에 쓰는 돈이 연간 15조 원(2005년 기준)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일본(5조 원)의 3배다. 인구를 감안하면 1인당 평균으로 8배쯤 된다. 영어에 이렇게 많은 관심과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도 정작 영어 실력이 꼴찌라면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미친 짓은 없다”고 했다. 우리 영어교육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지금 같은 구조로는 실력 향상도 어렵고 계층 간 위화감만 커진다. 영어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되 우리와 언어구조가 비슷한 나라들이 영어 실력을 어떻게 높였는지 벤치마킹해야 한다. 영어 시작 연령을 초등 3학년에서 더 낮추고 수업 방식도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 외국어는 안 쓰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교실 밖에서도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TV 외화를 더빙 없이 원어 그대로 방송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