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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쇠고기 후폭풍 경계를

입력 | 2008-06-05 03:03:00


정부가 미국에 쇠고기 문제 보완을 요구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은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야당과 여론의 대(對)정부 압박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정부가 끼어 있다. 쇠고기로 인한 혼란이 커지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정부는 수입하기로 약속한 쇠고기 가운데 30개월 이상에 초점을 맞춰 보완대책을 미국 측에 요구했다. 국가 위신과 신인도(信認度)에 영향을 주는 조치이지만 국민의 뜻에 따라 이런 선택을 했다.

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형 육류수출업체들은 최대 120일간 수출 쇠고기에 30개월 미만인지, 이상인지를 확인하는 표시를 부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측 수입업체들도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결의할 예정이다. 양국 업체들의 자율규제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막을 수 있는 길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양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독려하면서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쇠고기 문제로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할 분야는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다. 한미 양국은 14개월의 긴 협상 끝에 FTA 협상을 타결했다. 양국은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손익을 꼼꼼히 따져본 뒤 상호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합의에 이른 것이다. 쇠고기 문제로 FTA가 흔들린다면 양국 모두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꼴이 된다.

한미 양국이 쇠고기 위기를 극복하려면 상대국 국민을 자극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그제 “한국 국민이 (쇠고기에 관한) 사실관계와 과학에 대해 좀 더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은 사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할 수 있다. 그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과학에 입각해 쇠고기 문제를 따져보려는 국민이 늘어날까. 오히려 반감이 커질 소지가 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야당들이 대통령의 재협상 선언이 있을 때까지 18대 국회 개원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국회를 볼모로 잡을 게 아니라 미 의회와 정부, 축산업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도, 미국도 쇠고기 갈등을 증폭시켜 동맹관계를 손상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