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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이사람]국내 첫 女통합 챔프도전 김주희

입력 | 2008-06-06 02:53:00


“최요삼 선수와의 스파링 추억

복싱 부활 불씨로 되살리겠다”

추억이 힘이 될 때도 있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스프리스체육관. 여자 복서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 스파링을 마쳤다.

18세에 세계챔피언에 올랐던 김주희(22). 당시 국내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세웠던 그는 또 다른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최초의 여자 통합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김주희는 28일 오후 2시 경기 안양시 안양체육관에서 중국의 리하이리(19)와 국제여자복싱협회(WI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을 치른다. 현 여자프로복싱 세계권투협회(W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인 그는 이 경기에서 이기면 양대 기구의 통합챔피언이 된다.

그가 또 하나의 챔피언벨트를 따면 기뻐해 줄 사람이 있다. 지난해 말 링 사고로 숨진 복서 최요삼. 김주희는 자신의 전화기에서 아직도 최요삼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고 있다. 김주희를 지도하고 있는 정문호 관장은 “최요삼은 죽기 1년 전부터 김주희의 스파링 파트너를 해주었다. 두 사람이 100회 정도의 스파링을 했다”고 전했다. 두 선수 모두 인파이터형으로 기술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고 열정이 넘쳤다. 정 관장은 “최요삼의 사망 직후 주희가 많이 힘들어했다.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한동안 스파링도 못하고 겁을 냈다. 그러나 주희의 성격이 적극적이어서 결국은 이겨냈다”고 말했다.

김주희는 최요삼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통해 “삼촌(최요삼)은 그 누구보다 귀한 청춘을 사각의 링에 바치고 꺼져가는 권투의 불씨를 되살려 보고자 링에 올라 우리에게 불굴의 투지를 가르쳐줬습니다”라며 울먹였다. 그는 조사에서 “꺼져가는 권투의 불씨를 이제는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아픔 없는 곳에서 편안히 잠드소서”라고 덧붙였다. 최요삼과의 추억과 약속은 그를 멈추지 않게 하는 힘 중의 하나다.

한때 소녀가장이었던 그는 현재 중부대 엔터테인먼트학과에 다니고 있으며 후원업체 스프리스로부터 월 150만 원의 급여도 받고 있다. 과거보다는 나아진 환경에서 지내고 있지만 자신의 역할은 절대 잊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경기를 해서 복싱 인기를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첫 챔피언에 오를 때 엄지손가락 뼈가 부러진 것을 숨긴 채 경기했고 지난해에는 발가락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도 WBA 챔피언에 등극한 근성의 승부사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