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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46년 초등 ‘졸업식 노래’ 보급

입력 | 2008-06-06 02:53:00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매년 2월 말이면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울려 퍼지는 졸업식 노래.

이별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코흘리개 철부지 시절. 그래도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여학생들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이 노래가 불리기 시작한 지 62년이 됐다.

1946년 6월 5일 동요 작가 윤석중 선생은 문교부 국장으로부터 졸업식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차웅렬이 지은 ‘잊혀진 이름, 동요작가 정순철’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1946년 당시 문교부 최현수 편수국장이 윤석중을 불러 급히 각급 학교의 졸업식 노래를 빨리 작사하고 작곡까지 부탁하여 가사가 순식간에 만들어졌으며 작곡은 정순철이 탁월한 악상을 띄우면서 불멸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일제강점기의 졸업식 노래는 ‘반딧불’이라는 스코틀랜드의 민요곡에 가사만 바꿔 불렀는데 우리나라의 독특한 졸업식 노래가 나왔으니 그 기쁨은 헤아릴 수 없었다.’

‘순식간에 만들어졌다’의 순식간은 하루였다. 문교부는 6월 6일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이 노래를 보급했다.

그런데 동요작가로 금관문화훈장까지 받은 윤석중 선생이 문교부의 부탁을 받자마자 찾아간 작곡가 정순철 선생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6·25전쟁 당시 납북됐기 때문이다. 1948년부터 성신여고 교사로 재직 중이었던 그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피란을 떠난 교장이 맡긴 학교에서 혼자 남게 됐다. 그는 이후 1950년 9월 28일 북한군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납북됐다.

동학 2세 교주 최시형 선생의 외손자였던 그는 교사가 되기 전 동학 3세 교주 손병희 선생의 사위인 방정환 선생과 일본에서 함께 유학하며 가깝게 지냈다.

이후 방정환 선생과 함께 ‘색동회’를 만든 그는 1920년대부터 수많은 동요를 작곡했다.

방정환 선생의 시 ‘날 저무는 저 하늘에 별이 삼형제’로 시작하는 ‘형제별’과 윤석중 선생이 작사한 ‘엄마 앞에서 짝짜꿍’으로 시작하는 ‘짝짜꿍’도 그가 곡을 지었다.

잊혀져 가던 그의 생은 다행히도 최근 그의 고향인 충북 옥천을 중심으로 재조명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한편 문교부는 졸업식 노래를 발표한 지 13일 뒤인 6월 19일 남녀 중고등학교 졸업가도 제정해 반포했다. 그러나 이병기 작사, 이유선 작곡의 이 졸업가는 졸업식 노래처럼 생명력이 길지 못했다. ‘쇠처럼 구슬처럼 달구고 갈아… 감사의 이 노래를 부르는도다‘라는 가사가 가슴에 잘 와 닿지 않은 탓도 있었던 것 같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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